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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중대재해법 시행 후

"구로역 사망사고, 허술한 선로 차단 탓"... 고용부, 중대재해처벌법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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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선로 작업 중 장비차량 충돌, 4명 사상
노조 "작업 선로만 통제하고 옆 선로 미조치"
코레일, 한문희 사장 취임 후 첫 사망사고 재발
한국일보

9일 오전 2시 20분쯤 서울 지하철 1호선 구로역에서 절연구조물 교체 작업을 진행하던 전기모터카와 옆 선로를 지나던 선로점검열차가 충돌해 작업자 두 명이 숨졌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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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1호선 구로역 선로에서 장비차량 충돌로 코레일 직원 2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한 사고와 관련해 노동계는 작업 중인 선로 주변을 통제하는 기본적 안전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코레일 측을 비판했다.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코레일에서 다섯 번째로 발생한 이번 사고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9일 전국철도노조는 이번 사고에 대해 "절대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고"라고 비판했다. 백남희 철도노조 소통실장은 "가장 근본적 문제는 작업 중인 전기모터카 주변 선로가 제대로 차단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기모터카가 있던 선로는 다른 열차 통행을 차단했지만 바로 옆 선로는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탓에, 다른 장비차량이 지나가며 전기모터카에 장착된 작업대와 부딪치는 사고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구로역은 선로 간 거리가 1.5m 정도다.

사고는 이날 오전 2시 20분쯤 구로역 선로상에서 절연구조물 교체 작업을 하느라 노동자들이 올라탄 전기모터카 작업대를, 옆 선로를 지나던 선로검측 열차가 들이받으면서 발생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작업대가 수직으로만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옆으로 기울어지기도 하는데 이때 옆 차량이 작업대를 접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충격으로 작업대에서 일하던 세 사람이 5~6m 아래로 떨어졌다. 이 가운데 30대 남성은 현장에서 숨졌고 또 다른 30대 남성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사망했다. 50대 직원은 대퇴부 골절상을 입었다. 선로검측 열차 운전자 한 명은 경상을 입었다.

정부는 2017년 철도노동자의 작업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선로, 입환(차량 이동·분리·연결), 스크린도어 작업을 진행할 경우 선로 통제를 강화하고 작업자 이동통로를 설치하는 대책을 내놨다. 철도노동자 사망사고가 빈발했던 2022년에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엄정한 조사를 지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철도노동자 안전 대책이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백 실장은 "안전한 작업을 위해 당연히 이뤄져야 할 선로 차단이 제대로 안 된 만큼 업무 매뉴얼 전반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며 "사고 원인을 철저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고용부 "중대재해처벌법 검토"

한국일보

9일 오전 작업 차량 두 대가 충돌해 작업자 2명이 숨진 서울 지하철 1호선 구로역 승강장에서 철도경찰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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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사고는 한문희 사장 취임 후 코레일에서 처음 발생한 사망사고다. 한 사장은 지난해 7월 취임 당시 "안전을 최우선하는 전방위 혁신으로 국민이 신뢰하는 철도를 만들겠다"고 말한 바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면 최고경영자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사고의) 규모나 내용이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 되기 때문에 사고 직후 출동해 조사를 진행했다"며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이 확인되면 엄정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조사 결과는 내년 봄에나 나올 예정이다. 통상 고용부가 사고 조사를 한 뒤 결과를 검찰에 넘기는 데 10~11개월 정도가 걸린다.

코레일은 2022년에만 네 차례 사망 사고가 발생하는 등 철도노동자 안전 문제에 소홀하다는 지적을 여러 차례 받아왔다. 그해 3월 대전차량사업소 열차 검수고에서 노동자 한 명이 철도 바퀴와 레일 사이에 끼여 사망했고, 7월 경의중앙선 중랑역에서 배수로를 점검하던 노동자가 열차에 치여 숨졌다. 10월에는 일산선 정발산역에서 스크린도어 화면을 확인하던 노동자가, 그다음 달에는 의왕 오봉역에서 화물차량 연결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각각 열차에 치여 운명을 달리했다.

송주용 기자 juy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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