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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강남 아파트, 때아닌 ‘쥐와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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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고가 아파트 곳곳서 쥐 목격돼

음식물 쓰레기 함부로 버린 탓

관련 민원 쏟아져 쥐덫 놓고 쥐약 살포

조선일보

일러스트=이철원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사는 주부 이아현(39)씨는 토요일인 지난 17일 7세 아들과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에 가다가 깜짝 놀랐다. 쥐 두 마리가 놀이터에 버려진 과자 봉지들에서 갑자기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이씨는 “아이들이 매일 가는 놀이터에 쥐가 활보하다니 충격적”이라고 했다. 이 아파트는 작년 말 입주한 아파트로, 전용 면적 60㎡대 최근 실거래가가 24억~25억원이다. 관리사무소 측은 “쥐 관련 민원이 일주일에 평균 5~10건 접수돼, 2~3주마다 쥐약을 살포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 일부 고가 아파트에서 쥐 출몰이 잦아지면서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폭염이 지속되는 가운데 아파트 단지 내 음식물 쓰레기가 방치된 탓이다. 특히 일부 주민들이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음식물 쓰레기를 함께 버리면서 쥐가 번식하기 쉬운 환경이 갖춰졌다. 원래 쥐의 번식력은 왕성하기로 유명한데, 쥐의 천적인 야생 고양이마저 쥐 대신 음식물 쓰레기에 맛이 들려 쥐 숫자는 걷잡을 수 없어지고 있다고 한다.

쥐는 진드기와 함께 대표적인 바이러스 감염 매개체다. 쥐의 분변으로 배출된 바이러스가 피부나 호흡기로 침투해 전파되는 렙토스피라증, 신증후군출혈열에 감염되는 환자가 전국에서 연 400~500명 발생한다. 쥐는 중세 유럽의 인구 절반 이상을 앗아간 흑사병의 매개체이기도 했다.

지난 20일 오전 송파구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쓰레기 집하장 곳곳엔 음식 쓰레기가 나뒹굴고 있었다. 2006년 준공한 이 아파트 전용 면적 60㎡대 최근 실거래는 20억원 정도다. 아파트 3층에 사는 한 주민은 “주말엔 쓰레기 냄새가 집까지 날아와 창문을 열어 놓을 수가 없을 지경”이라며 “산책 중에 종종 쥐를 보는데 여기가 서울이 맞는지 싶다”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폭염이 길어져 음식물 쓰레기 처리가 어려워지면서 서울 각지 아파트 단지에서 쥐가 증가하고 있다”며 “대단지 아파트가 많은 강남에서 특히 쥐 문제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은 “일부 주민들이 몰래 쓰레기를 버리는 통에 한여름에 쥐와 벌레들이 들끓는다”며 “결국 집하장 CCTV로 무단 투기한 주민들 사진을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붙여 경고 조치하지만 소용없다”고 했다. 감염병 예방법에 따르면 300세대 이상 공공주택은 시설 관리 운영자가 소독 업체에 정기적으로 소독하게 해야 한다. 지자체는 도로·공원 등 공공 시설에서 쥐 방역을 한다. 서울 강동구는 지난 2월부터 거리, 쓰레기 집하장 등에 쥐가 잡히면 포획 사실을 알려주는 ‘스마트 구서(驅鼠) 장비’를 설치했는데 넉 달간 106마리가 잡혔다.

일부 아파트 단지는 쥐 방역을 하려다가 반려견·반려묘를 키우는 주민들의 거센 민원을 받기도 한다. 송파구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엔 “우리 개·고양이가 쥐약을 먹고 죽으면 어쩔 것이냐”는 항의 전화가 하루 5통 넘게 온다고 한다.

[주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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