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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동의 없이 찍힌 CCTV 아동학대 정황, 증거로 인정했지만 ‘무죄’···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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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전경.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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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혐의 입증을 위해 법원에 낸 폐쇄회로(CC)TV 영상이 동의 없이 촬영됐어도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다만 제출된 영상의 재생 속도가 실제보다 빨랐다는 점에서 원본과의 동일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1심 무죄 선고는 유지됐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2부(재판장 강희석)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산후도우미 50대 A씨와 60대 B씨에게 1심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다.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서비스업체 소속이었던 A씨는 2020년 11월 산모 C씨의 집에서 양반다리를 한 채 생후 10일 된 신생아의 머리를 왼쪽 허벅지에 올려두고 다리를 심하게 흔들어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20년 1월 A씨는 도우미 B씨와 함께 또 다른 산모 D씨의 집에서 생후 60일 아기를 흔들어 학대한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이 같은 정황이 담긴 모습을 촬영한 CCTV 영상이 촬영 목적과 영상의 보관 기간,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 등을 고지하지 않아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위법하게 수집됐다 하더라도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1심 판단을 뒤집었다. 아동학대 범행은 은밀히 이뤄지지만, 피해자인 영아는 스스로 방어하거나 피해 사실을 부모에게 말할 능력이 없다는 점에서 일부 사생활이 침해되는 부분이 있더라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적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진실발견이라는 공익과 개인의 인격적 이익 등 보호이익을 비교 형량해 볼 때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다만 CCTV의 재생속도가 문제가 됐다. 영상 재생속도가 실제보다 빨랐다는 점을 보면 아기를 흔들어 학대했다는 공소사실의 성격상 유죄를 입증하는 증거로 사용할 수는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1.5~2배 빠른 속도로 재생돼 원본 내용을 그대로 복사한 사본이라고 할 수 없다”며 “수사기관이 인위적으로 개작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하더라도 피고인들이 증거로 사용하는 데 동의하지 않은 이상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들의 행위가 바람직하지 않은 돌봄을 넘어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신체적 손상을 주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은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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