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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 ‘삐걱’··· 금감원 제동에 9월 주총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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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2차 정정 요구에 공은 두산으로

“언제부터 왜 합병 준비했나 설명해야”

합병 계열사 수익가치 평가 근거 요구

합병비율 10% 할증·할인할지도 관심

시간 촉박해 주총 일정은 연기 가능성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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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계획이 난항을 겪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합병 배경과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공시를 요구하면서, 다음 달 25일로 예정된 주주총회 개최가 불투명해진 것이다. 금감원 요구사항을 모두 반영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두산그룹이 당초 계획한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업계의 관심은 두산그룹이 합병 비율을 조정하는 등 개편안 수정에 나설지 여부에 집중되고 있다.

27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두산그룹 증권 신고서에 대해 ‘의사 결정 과정 및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재할 것’과 ‘두산밥캣 지분을 보유한 분할 신설 부문의 수익 가치의 산정 근거를 제시할 것’을 구체적으로 요구했다. 두산그룹이 금감원 1차 정정 요구와 자진 정정 등으로 증권 신고서를 두 차례 수정했으나 막연한 기대 효과만 추가했을 뿐 정작 투자자에게 필요한 정보는 충분히 기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금감원 2차 정정 요구에 따라 두산그룹은 지배구조 개편 일정을 전면 재조정할 가능성이 커졌다. 증권 신고서 효력이 발생하려면 제출 후 7거래일이 지나야 한다. 9월 25일로 예고한 주주총회 2주 전인 9월 10일에는 소집 통지를 해야 하는 만큼 이달 29일까지 증권 신고서 제출이 이뤄져야 한다.

문제는 두산그룹이 금감원 요구 사항을 모두 반영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이다. 이마저도 금감원이 다시 정정을 요구할 경우 기약 없이 늘어질 수 있다. 금감원은 두산에 구조 개편을 논의한 시점과 검토 내역, 그간의 진행 과정, 거래 시점 결정 경위, 구체적인 시너지 효과 등을 모두 기재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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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사실상 금융위원회가 9월 시행을 준비 중인 인수합병(M&A) 제도 개선을 위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적용을 한 달 이상 앞당긴 셈이다. 앞서 정부는 M&A 제도를 전반적으로 개선하는 과정에서 일반 주주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합병 추진 배경, 진행 시점 결정 이유 등 이사회 의사 결정에 대한 공시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두산그룹이 정정 보고서에 많은 내용을 추가했지만 언제부터 지배구조 개편 논의가 이뤄진 것인지 실질적인 진행 과정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보완을 요구한 것”이라며 “자본시장법 시행령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금감원이 두 번째로 요구한 분할 신설 부문에 대한 수익 가치 산정 근거는 합병 비율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지배구조 개편안은 두산에너빌리티를 사업회사와 두산밥캣 지분 46%를 보유하는 투자회사로 인적 분할한 후 분할 신설 회사를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것이 골자다. 이때 두산밥캣 지분을 가진 분할 신설 회사를 비상장사로 두면서 시가가 아닌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가중산술평균한 본질 가치 1만 221원을 합병 가액으로 정했다. 상장사인 두산로보틱스 합병 가액은 시가 기준 8만 114원이라 합병 비율이 1대 0.03으로 확정됐다.

금감원이 문제 삼는 지점은 두산밥캣 지분을 가진 분할 신설 회사의 수익 가치를 공정·타당하게 결정했느냐다. 미래 발생할 현금 흐름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는 ‘현금흐름할인법’이나 미래 지급될 배당금을 적정 할인율로 할인한 현재 가치로 평가하는 ‘배당할인법’ 등을 적용해 두산밥캣 지분을 평가하면 분할 신설 회사 본질 가치가 더 높아질 수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계열사 간 합병에서 10% 범위 내 할증·할인하는 방안을 언급한 만큼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주식 교환 비율이 소폭 조정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계열사 간 합병은 시가를 기준으로 하되 10% 범위 안에서 증감할 수 있다. 만약 두산밥캣을 10% 할증하고 두산로보틱스를 10% 할인하면 합병 비율은 1대0.63에서 0.77로 상승할 수 있다. 다만 두산밥캣 주주 입장에서는 체감이 크지 않고 두산그룹 측은 합병 비율을 재조정할 경우 두산로보틱스 주주들이 반발할 수 있다며 난색이다.

두산그룹이 금감원의 증권 신고서 심사 단계를 넘더라도 최대 난관인 주식 매수 청구권이 남아 있다. 주식 매수 청구권 행사 규모가 두산에너빌리티 6000억 원, 두산밥캣 1조 5000억 원, 두산로보틱스 5000억 원 등 매입 한도를 넘어설 경우 합병은 무산될 수 있다. 이미 소액주주들은 주주 명부를 확보하는 등 합병 반대 움직임에 나선 상태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지분 6.94%, 6.49%를 보유 중인 국민연금의 선택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민연금은 주총을 앞두고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의결권 행사 방향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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