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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한동훈은 의대 중재안을 왜 ‘검찰 내사’ 하듯 준비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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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오후 대전시 동구 삼성동 국민의힘 대전시당에서 열린 새 청사 개소식에 참석해 당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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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 5차 충돌’을 부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의대 증원 유예안’ 여진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당정 협의 주체인 추경호 원내대표와 김상훈 정책위의장 등 원내지도부 모르게 비밀리에 진행된 정황이 속속 드러나자, 대통령실은 ‘만찬 회동 연기’로 대응하며 폭발했다.



정치권에선 한 대표가 검찰 내사하듯 일부 측근과 비공개로 의대 증원 유예안을 만들고, 이를 한덕수 국무총리를 통해 대통령실에 ‘간접’ 전달한 이유와 의도를 두고 설왕설래한다.



한 대표는 지난 27일 밤 페이스북에 자신이 구상한 구체적인 유예안 내용과 함께 “더 좋은 대안이 있다면 더 좋겠다”는 글을 올렸다. 대통령실에서 한 대표의 유예안을 박절할 정도로 쐐기 박으며 거부한 상황에서, ‘그럼 대통령실과 정부는 더 나은 대안이 있는 것이냐’고 응수한 것이다.



한 대표와 한덕수 총리, 대통령실 등이 공개한 내용을 보면, 한 대표가 제시한 유예안은 단순 아이디어 수준이 아니었다. 그러나 집권여당 대표가 윤석열 정부 핵심 국정 현안을 툭 던지듯 전달한 형식, 거부당한 뒤 대통령실과의 소통 방식 모두 거칠었다. 대통령실과 당내 친윤계에서 “여당 대표가 아닌 야당 같다”는 말이 나온 이유다.



대통령실은 한 대표의 중재 노력은 인정하면서도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했는데, 한 대표 입장에선 이 역시 ‘여당 대표가 아닌 야당 대하듯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국정과제와 정부정책, 여당 입법 사이의 밀도를 높이기 위해, 주요 현안에 대한 당정 간 소통은 공식·비공식 통로를 통해 수시로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치권에선 총선과 전당대회, 김건희 여사 논란을 거치며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사이의 ‘핫라인’ 자체가 끊어진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한 대표는 전당대회가 한창이던 지난달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논란이 터지자 “사적 방식으로 공적이고 정무적인 논의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대통령실에서 여당 대표에게 “절차”라는 공적 방식을 강조한 배경일 수 있다.



한 대표가 유예안을 던진 시기도 공교로웠다. 추경호 원내대표가 코로나19 확진으로 당을 비운 사이 고위 당정협의회 자리에서 비공식적으로 유예안이 전달됐다. 윤 대통령이 공을 들인 두 번째 국정브리핑(29일)에 의료개혁 의제가 포함됐는데, 그 전에 한동훈표 유예안이 전격 공개되면서 ‘윤석열 고집 대 한동훈 중재’로 국정브리핑 구도가 탈색되는 상황이 됐다.



결국 윤 대통령 쪽에선 ‘자기 정치’를 우선하는 한 대표에 대한 신뢰를 상당 부분 거두었고, 한 대표 쪽은 차기 대선을 위해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우선에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의대 중재안 충돌 파동으로 비화한 셈이다.



전당대회에서 경쟁자인 한 대표와 격렬하게 충돌했던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28일 아침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윤-한 충돌 상황에 대해 “여당 대표는 참 어려운 자리다. 본인 색깔을 무조건 드러내기보다는 결국 이인삼각 경기다. 여당 지지율도 올라가고 대통령실 지지율도 올라가게 하는 것이 여당 대표 자리”라고 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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