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7 (수)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우크라, 나토 제공 F-16 처음 투입해 러 크루즈 미사일 요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젤렌스키 “10대 너무 적다, 더 달라”

러 “3차 대전, 유럽 국한되지 않을 것”

우크라이나 공군이 26일 러시아의 탄도ㆍ크루즈 미사일과 드론 수백 기를 “성공적으로” 요격하는 작전에 나토(NATOㆍ북대서양조약기구)의 유럽 동맹국들이 제공한 미제(美製) F-16 전투기를 처음 투입했다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7일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조선일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4일(현지시각) 공개되지 않은 기지에서 우크라이나 공군 마크가 부착된 서방 제공 첫 F-16 전투기를 배경으로 말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에는 8월4일 네덜란드와 덴마크가 제공한 F-16기가 처음 도착했다. 두 나라 외에 벨기에와 노르웨이가 지금까지 모두 79대의 F-16 인도를 약속했고, 지금까지 10대의 F-16이 우크라이나에 인도됐다. 이들 나라는 자국이 보유한 F-16 전투기를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F-35로 교체하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 수일간 2022년 2월 침공 이래 최대의 공습을 전개했으며, 지난 26일에도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전체 24개 주(oblast) 중 15개 주에 모두 127기의 미사일과 109대의 드론 공격을 퍼부었다. 수도 키이우 인근 댐과 전역의 에너지ㆍ전력시설, 유류 저장시설을 겨냥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 중 102기의 미사일과 99개의 미사일을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일간지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러시아 전투기가 발사한 크루즈 미사일들이 F-16의 공대공 미사일에 요격됐다고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F-16 전투기의 도움으로 몇 기의 미사일과 드론을 요격할 수 있었다. 매우 좋은 결과”라고 말했다. 미국의 USA 투데이도 익명의 미 고위관리를 인용해, 우크라이나가 F-16을 이날 처음 전투에 투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조선일보

4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의 미공개 장소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공군의 날 기념식에서 미국의 단일엔진 초음속 다목적 전투기 F-16 전투기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EPA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러시아군이 최근 대규모 공습 타깃으로 삼은 대상에는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3주 간 점령한 우크라이나 북동쪽 너머 러시아 영토인 쿠르스크 지역도 포함돼 있다. 27일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지금까지 러시아 쿠르스크 주에서 1300㎢에 달하는 면적을 점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서울(605㎢)의 배(倍), 로스엔젤레스 면적(1302㎢)에 해당하는 크기다.

한편, 러시아 국방부는 쿠르스크를 점령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의 거센 반격을 받아 지금까지 6600명이 죽거나 다쳤고, 70여 대의 전차와 수십 대의 장갑차가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서방의 F-16 제공에 감사하면서도 “아직은 숫자가 너무 적고, 이를 조종할 수 있게 훈련받은 조종사 수도 너무 적다”고 말했다.

그는 “우방국들은 이 문제[F-16 추가 제공]를 얘기하기를 원치 않지만, 나는 계속 이 주제를 꺼내고 있다. 올림픽도 끝났는데, 서방 우방국들과 (F-16 제공을 둘러싼) ‘핑퐁’은 계속 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우크라이나 공군의 F-16 전투기가 4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의 미공개 장소에서 비행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은 작년 8월에 미국이 우크라이나 공군 조종사들을 훈련시키고, 나토 동맹국들이 F-16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것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공군 조종사들은 지난 5월 말부터 미국 애리조나 주 투손의 모리스 미 공군 방위군 기지에서 F-16 조종 훈련 과정을 수료하고 있다. 미국은 이 훈련 과정을 마친 우크라이나 공군 조종사의 숫자를 공개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은 러시아와의 ‘확전’을 우려해, 직접 F-16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다만 나토 동맹국들이 제공하는 F-16 전투기에 장착되는 전자전(EWㆍelectronic warfare) 능력은 크게 업그레이드했다.

26일 우크라이나 공군의 F-16 전투기는 교전 능력이 없는 러시아의 크루즈 미사일을 요격하는데 그쳤지만, 더 많은 F-16 전투기가 인도되고 스웨덴이 약속한 사브(Saab)사의 공중조기경보통제기 2대가 인도되면, 러시아 전투기들과 본격적인 공중전을 치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우크라이나에 인도된 F-16 전투기는 적외선유도 단거리 공대공(空對空) 미사일인 AIM-9과, 레이더유도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AIM-120만 장착해 지상 타격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은 자체 개발한 활공폭탄(glide bombs)을 이 F-16에서 발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7일 “미국이 러시아 깊숙이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면, 이는 불장난을 하는 것으로 제3차 세계대전은 유럽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8월 6일 시작한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쿠르스크 주 기습 공격에는 미ㆍ영의 전차가 동원됐고, 우크라이나군은 미제 HIMARS(하이마스ㆍ다연장로켓포)로 쿠르스크의 교량들을 파괴했다. 미국은 또 우크라이나군에 이 지역의 러시아군 움직임에 대한 위성 사진 정보를 제공한다.

[이철민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