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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한동훈 “국민 생명은 감수할 위험 아냐… 당정갈등 프레임은 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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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韓 갈등 악화 속 정공법 나서

용산 ‘의대 증원 유예’ 거부 입장에도

“응급실상황 심각… 재고 필요” 또 반대

“당국의 판단 맞지 않다는 분들 많아”

‘민심 우위 판단… 尹과 차별화’ 분석

尹, 與 연찬회 첫 불참… 불쾌감 표출

韓은 ‘정부의료개혁 보고’ 일정 패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9일 정부의 의료개혁과 관련해 “새로운 대안이 필요할 만큼 응급실·수술실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한다”며 재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대통령실이 한 대표의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유예’ 중재안을 거부하며 윤석열 대통령과의 갈등 기류가 커진 가운데 정부 기조에 또다시 공개 반대한 것이다. 한 대표가 의료 붕괴 상황에 부정적인 여론을 등에 업고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대표는 이날 인천에서 열린 당 연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 건강이나 생명은 감수할 수 있는 위험이 아니지 않나”라며 대안 필요성을 제기했다. 연찬회 ‘의료개혁 정부 보고’ 자리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현재 의료 공백 상황을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고 진단한 것을 두고도 “당국 판단이 맞았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보는 분들도 대단히 많지 않나”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원내지도부가 마련한 정부 보고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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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 쥐고… 한동훈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와 의원들이 29일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연찬회에서 주먹을 불끈 쥐며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장동혁 최고위원, 한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인천=남제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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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앞서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작심한 듯 정부 의료개혁 정책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한 대표는 “의료개혁은 중요한 국가적 과제”라면서도 “다만 그 추진 과정에서 국민들의 걱정과 불안감도 잘 듣고 반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 생명과 건강은 절대적으로 우선시되어야 할 가치”라며 “이 앞에서 당정 갈등이라는 프레임은 낄 자리가 없고, 사치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이견 표출은 윤·한(윤석열·한동훈) 갈등의 차원이 아닌 국민 보호 차원이라고 언급하며 진정성을 강조한 것이다.

친한(친한동훈)계 인사들도 강도 높은 발언으로 한 대표를 거들었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코로나19 환자는 통계적인 숫자가 아니라 사람들’이라는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의 발언을 언급하며 “개혁이니까 절대 물러설 수 없다거나 증원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에서 벗어나 각자의 가족들과 이웃을 돌아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간 한 대표가 여러 차례 윤 대통령과 대립했지만, 이번처럼 공개적이고 지속적으로 충돌하는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의료 공백 장기화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강한 만큼, 민심의 측면에서 윤 대통령보다 우위에 설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한 대표는 “의료개혁의 동력은 국민”이라고 말하는 등 민심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한 대표는 이날 연찬회장에서도 “민심에 귀 기울이고, 민심에 그때그때 반응하고, 민심을 정부에 전하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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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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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이날 매년 참석해 온 연찬회 만찬에 불참하는 것으로 한 대표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연찬회장에서 한 대표 중재안과 관련해 “2026학년도 정원도 법령에 따라 지난 4월말에 정해져 공표가 돼 있다.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갖춘 대안을 가져온다면 논의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원내 지도부가 윤 대통령과 보조를 맞추는 가운데 의원들의 공감대를 폭넓게 얻는 게 한 대표의 숙제다. 안철수 의원 등 일부 의사 출신 외에 한 대표를 공개 지지하는 원내 우군은 찾기 힘든 실정이다. 안 의원은 이날 장 수석 설명에 대해 “2025년 정원은 예외 조항을 들어 바꿔놓고 왜 2026년 정원은 못 바꾸느냐.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해 한 대표를 측면 지원했다.

인천=김병관·김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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