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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잔금 치러야 하는데”…실수요자들 ‘대출 절벽’ 불안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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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량 관리로 문턱 높아진 4대 은행…지방은행·보험사 수요 몰려

중저신용자·저소득층 고금리 환경에 노출…주담대 중단 우려도

지난달 매매계약을 마치고 오는 11월 말 서울 은평구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있는 A씨는 고민이 많아졌다. 잔금일이 3개월 남았는데 대출 문턱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6억원이 필요한 A씨는 “은행에선 9월 말부터 대출 신청을 받는다는데, 한 달 사이 대출 금리나 만기가 어떻게 바뀔지 몰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출도 어렵다”며 “최악의 경우 2021년처럼 주택담보대출을 아예 중단하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도 든다”고 말했다.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하라는 금융당국의 지시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주택 관련 대출 한도를 잇따라 제한하면서 실수요자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대출 수요는 더 낮은 금리와 높은 한도를 쫓아 지방은행, 보험사 등으로 쏠리고 있지만 이 같은 ‘풍선효과’도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총량 관리에만 몰두하는 당국의 가계대출 정책이 결국 중저신용자나 저소득층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금융 소비자를 먼저 외면하는 ‘대출 절벽’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낮은 지방은행 등으로 대출 문의와 신청이 증가하면서 일부 지점에서는 인력 부족 등으로 접수가 일시 중단되거나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날 기준 IM뱅크(구 대구은행) 3.25%, 경남은행 3.57%, 부산은행 3.71% 등 일부 지방은행의 주담대 최저금리가 4대 은행(KB국민 4.59%, 신한 4.06%, 하나 3.739%, 우리 4.34%)보다 밑돌면서 대출 수요가 쏠린 것이다.

이들 은행도 언제 대출을 제한할지 모른다는 불안이 수요자들의 발걸음을 재촉한 측면도 있다. 일반 주담대 상품인데도 한도가 정해져 있는 ‘특판’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올해 대출 증가폭이 작아서 현재 금리 인상 계획이 없다”면서도 “시중은행 몫의 대출 수요가 계속 몰린다면 인력·자본력 등 한계로 인해 대출 취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주담대 최저금리가 3.59~5.27%인 보험업계 역시 대출 신청·문의가 늘고 있다. 보험사의 DSR 규제한도는 50%로 은행보다 높은 데다 최대 3개월까지 금리 예약이 가능한 사전금리 예약제도도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제도를 이용하면 예약 시점의 금리를 이후 대출 실행일에 적용받기 때문에 요즘처럼 대출 규제나 금리 추이를 예측하기 어려운 시기에 인기를 끈다. A씨도 “보험사에서 4.3% 금리로 대출 예약이 가능하다고 해서 일단 걸어놓고 향후 상황을 지켜볼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보험업계에서도 시중은행 한도 제한으로 인한 ‘풍선효과’가 지속되긴 어렵다고 전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보험 등 타업권 동향을 주시하겠다고 밝힌 만큼, 각사에서 금리를 올리거나 심사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등 자체 제한을 둘 것”이라면서 “통상 금리 하단은 높이되 상단은 고정해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부터 막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보험사에서 주담대를 거절당한 대출 수요자는 금리가 더 높은 상호금융권, 저축은행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가계대출 총량 관리가 은행을 넘어 금융권 전반으로 확대될 경우 당장은 실수요자, 장기적으론 금융 취약층이 겪는 곤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윤수 서강대 교수는 “앞선 대출 총량 규제에서도 중저신용자와 저소득층 중심으로 은행권 대출이 줄면서, 대출 수요자들이 고금리 환경으로 내몰리는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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