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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모르는 전화·문자 100통···연락하니 “이런 사진 100장 넘게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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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페이크 피해 교사 A씨 피해 증언

“제자들이 불법합성물 알려줘 충격”

“피해자 중 선생님들이 너무 많고

학생들은 더 진짜 많았다. 하...”

주변의 “선생님이 예뻐서 당한 것”

스토킹·성범죄에 관대한 인식 변해야

경향신문

서울여성회와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 회원들이 29일 서울 서초구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에서 딥페이크 성범죄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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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페이크(불법합성물) 범죄가 전국에서 확인되고 있다. 학교, 군대, 가정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디지털 성범죄가 벌어진 사실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지난 30일 기준으로 초중고에서 확인된 딥페이크 범죄 피해만 최소 517건(전국교직원노동조합 집계)이다.

중학교 교사 A씨는 지난해 9월 처음 자신을 도용한 불법합성물과 개인정보가 온라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A씨는 신원을 알 수 없는 이들에게 100차례 넘게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고 10대로 추정되는 가해자는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다니던 학교의 제자를 가해자로 파악하고 있다.

전화번호를 바꾸고 학교를 옮겼지만 A씨는 “여전히 강박적으로 SNS를 검색해본다”고 했다. 방학이 끝나자 다시 불안증세가 나타났다. 딥페이크 범죄가 하나둘 드러나면서 A씨는 최근 SNS에서 또 다시 자신이 나오는 불법합성물을 발견했다. 학교의 제자들이 알려줬고 그 순간 “마음이 내려앉았다”고 했다.

지난 29일 오후 중학교 교사 A씨를 전화 인터뷰했다. 인터뷰한 내용은 A씨의 동의를 받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언제 딥페이크 피해를 처음 인지하게 되었나.

“지난해 9월 모르는 사람들한테 익명으로 카톡이나 전화가 왔다. 학생들이 자동차에 놓인 (휴대전화) 번호를 보고 장난으로 연락했던 게 있어서 그러려니 하고 넘겼었다. 갈수록 연락이 너무 오기 시작했다. 한 번은 지난해 추석 연휴쯤에 전화가 왔는데 바로 끊겼다. 학생인가 확인했더니 모르는 사람이었다. 누구냐고 물었더니 자기가 X(구 트위터)를 하는 지인에게 제 번호를 받아서 연락을 했다고 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내기를 했는데 져서 ‘연락을 해라, 사진을 보내라’ 그런 내용이 있었다. 대화 내역을 캡쳐해서 받아놨다.”

-바로 신고를 하거나 학교에 알렸나.

“그 당시만 해도 심각한 일인가 싶었다. 일단은 그때 당시 사진 같은 게 올라간 줄 몰랐다. 그 사람의 번호만 알아두고 경찰 통해서 알아보려고 생각을 했는데 모르는 번호로 카톡과 전화, 문자메시지가 계속 왔다. 저를 아는 것처럼 연락을 해왔다. X를 검색해보니 제 이름과 프로필 사진, 합 사진을 알려놓고 ‘겹지인(서로 겹치는 지인) 찾는다’고 올려놓은 게시물을 봤다. 아이디를 알려주면 사진을 보내주겠다 이렇게 쓰여 있었다. 지난해 10월이었다. 이름과 사는 지역, 연락처가 (X에) 다 공유가 돼 있는 상황이었다.”

-무차별적인 연락이 어느 정도로 왔나.

“문자메세지, 카카오톡, 전화 다 합치면 100여 통 가까이 왔다. 기록을 남겨뒀다.”

-게시물을 직접 찾아보는 과정에서 마음을 감당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제가 학교에서 찍은 사진을 나체에 합성하고는 입에 담긴 힘든 ‘OO하고 싶다’ 같은 말로 조롱을 했다. 제 친구 사진도 함께 올렸다. 이유를 알 수도 없었고 무차별적이라고 느꼈다.”

-전화나 연락이 온 사람과 대화를 시도해본 적도 있나.

“전화왔던 사람에게 최초로 사진이 올라온 게시물의 아이디를 들었다. 제 친구가 사진을 구입하는 척 하면서 연락을 해본 적 있다. 그랬더니 돌아오는 답이 ‘100장 넘게 있지’였다. 아마 이런 식으로 다른 사람들하고도 사진을 온라인에서 거래를 했던 것 같다.”

-올라온 게시물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을 거 같다.

“제가 친구들과 찍은 일상사진을 합성하고 능욕하는 글을 많이 올렸다. 제가 밖에서 찍은 사진을 합성해서 ‘야외노출한다,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 이X들 사진 갖고 싶으면 연락해라’ 이런 식으로 글을 올렸다. ‘내가 너를 지켜보고 있다’ 이런 글도 있었고, ‘사진 많으니까 와서 봐라’ 이런 것도 있었다. 다 모아뒀다.”

-가해자가 불법합성물 제작과 스토킹 범죄를 함께 저지른 것 같다.

“비슷하게 느꼈다. 집착적인 게 느껴졌다. 아예 한 번은 계정 자체를 제 이름으로 만들어서 저인 것처럼 하기도 했다. 그런데 여전히 (범행) 동기를 전혀 모르겠다. 어떤 망상에 빠져있다고는 느꼈다.”

-개인정보와 함께 불법촬영물을 공유해서 더 문제인 것 같다.

“이런 식이다. 사진을 줄 테니 연락하라고 한다. 그런 다음에 성기 크기를 본인들끼리 비교해서 승패를 나누고, 지인 정보를 하나씩 넘긴다고 한다. 제가 증거도 갖고 있다. 아마 내기를 해서 제 정보와 사진을 넘기기도 하고 그랬던 거 같다.”

-게시물을 보다 보면 피해자의 나이대나 성별이 짐작되기도 했나.

“제가 강박처럼 검색을 엄청나게 했다. 피해자 중에는 선생님이 너무 많고 학생들이 진짜 많았다. 하아…. 막, 우리 담임인데 이런 글이 많이 올라왔다. 엄마도 있고 여동생도 있고, 되게 심각하다. 피해자는 거의 다 여성이다. 나이는 가리지 않는다. 아이 키우는 선생님 사진도 불법합성을 한다. 젊은 여성만 타깃이 된 게 아니라, 졸업사진 앨범에서 찾아서 그걸 합성해서 올렸다.”

-학교나 경찰에도 알렸나.

“아예 (가해자가) 누군지 모르니까 일단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됐다. 당시 학생부장 선생님한테만 학생인 것 같은데 신고를 하시는 게 맞다고 전했다. 피해자가 저 혼자만이 아니었다. 같은 학교의 다른 여자 선생님도 같이 신고를 접수했다. 수사에 들어가게 됐는데도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에게서 연락이 와서 전화번호를 다 바꿨다. 그러고 나서는 교장·교감선생님께 알리고 ‘학생으로 의심되는 상황이다’라고 알렸고, 같이 경찰서로 가 철저하게 수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수사 과정에서 가해자가 드러났나.

“지난해 10월 중순쯤 본격적으로 수사가 됐다. 11월 초쯤에 동료 교사를 가장한 아이디로 제 몇몇 지인들하고만 공유하는 SNS로 친구 신청이 들어왔다. 당연히 동료 교사인 줄 알았는데 가해자였다. 그 아이디로 X에 불법합성물 사진이 엄청 올라왔다. 자료를 모아서 다시 경찰로 보냈다. 한동안 연락이 없다가 인스타그램 아이디 통해서 가해자를 확인했다고 올해 2월말쯤 연락이 왔다. 같은 지역에서 잡혔다고 했다.”

-가해자는 재판에 넘겨졌나.

“사실 아무 정보를 못 받다가 지난 7월22일자로 검찰에서 (가해자가) 송치됐다고 알리는 우편이 왔다. 그래서 알게 됐다. 그전까지는 전혀 수사 상황을 알 수 없었다. 검찰에 직접 연락을 해서 누군지 알 수 있냐고 물었더니 이미 재판으로 넘어갔다고 했다. 소년보호 재판이라고 들었다. 이때서야 ‘학생이 맞구나’라는 걸 알게 됐다. 이게 이달 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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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가 누구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던 것인가.

“수사기관에선 가해자 신분을 공식적으로 확인해주지 않았다. 법원에선 정보열람 신청을 했더니 미성년자라 모든 정보가 비공개라는 답변을 받았다. 사건번호랑 이름만 어떻게 어떻게 알게 됐는데, 근무하던 학교의 학생이었다. 저랑 가까운 학생은 아니었다. 점잖은 학생이었고 그래서 더 의외였다. 너무 조용한 학생이었다. 수사기관에서 거의 모든 정보를 알려주지 않아 사실 구체적인 범행 의도는 알 수가 없었다. 그게 참 답답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썼던 불법합성물을 올리는 계정의 아이디에는 제 이름과 생년월일 이런 게 다 들어가 있었다.”

-가해자나 학부모의 사과는 없었나.

“없었다. 연락이 안 왔다. 잡히면 선처해달라고 연락이 올 줄 알았는데….”

-이번주에 학교 내 딥페이크 논란이 전국적으로 불거졌다.

“이번주에도 저를 찾는 글이 또 X에 올라오고 있다. 제가 학교를 옮겼는데, 학생들이 본인들 사진을 이용한 불법합성물을 찾는 과정에서 ‘선생님이 올라와 있다’고 알려줬다. 실제로 학교에서 피해 학생이 3~4명 정도 나왓다. 아이들이 (내가 나온 불법합성물을) 봤다고 하니까 마음이 또 내려앉았다. 매일 얼굴 보는 애들이 이런 걸 보게 된다고 생각하니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그 가해학생이 아니어도 제 정보가 엄청 많이 퍼졌다는 건데, 그런 부분이 불안하기도 하다.”

-사건 이후 아이들과 생활하는 데 심적으로 벅찰 것 같다.

“내가 잘못 살아서 그런가, 그만둬야 하나, 이런 생각도 들었다. 아이들에 대해 되게 두려움이 많이 생겼던 거 같다. 학생들하고 한동안 눈을 못 마주쳤다. 이 일을 알게 된 초기에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 잠이 안 오고 불안증세가 심했다. 방학 때 괜찮아졌다가 최근에 다시 불안증세가 생겼다. 잠이 안 온다. 불안하다. 자려고 하면 ‘또 누가 알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렇다. 번호도 다 바꾸고 이젠 아이들에겐 안심번호랑 학교 사무실 번호만 알려준다. 아이들한테 되게 거리가 생긴 거 같아서 아쉬운 마음도 있다.”

-교육청에서 심리지원이나 상담지원 등은 받고 있나.

“당시 교장선생님이 교육청에서 상담 지원받을 수 있으니까 신청을 해보라고 하셨다. 그런데 현재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는 아직 조사 단계이기 열리지 못해, 교보위 통한 지원은 받지 못하고 있다. 교보위가 열리지 못한 이유가 가해 학생을 특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들었다. 재판이 진행 중인데도 교육청은 가해자의 인적사항 파악이 어렵다고 한다. 교육청에서 가해학생의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법원에 공식 요청을 하지 않았다고도 들었다.”

-이밖에 수사과정이나 학교에서 겪었던 어려움은 없었나.

“같은 학교의 교사분이 그러셨다. ‘선생님이 예뻐서 그래, 젊으니까 예쁘니까 당하는 거야’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건 그냥 성범죄이고 스토킹 범죄인데 다들 관대하구나 생각했다. 경찰에서는 X나 라인은 해외에 서버가 있고 외국 기업이라 추적이 오래 걸린다 이런 말을 들었다. 이런 얘기도 나왔다. ‘X에서 성인 합성물은 그냥 표현의 자유라고 봐요’ 이러셔서 그래도 내가 피해자인데 그렇게 말을 해야 하나 싶었다. 수사관분들이 이름이 다 알려진 SNS의 존재를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경찰에서도 디지털 성범죄 관련해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불법합성물을 만들었지만 처벌이 어렵다고 했던 경우도 있었나.

“같이 피해를 당한 선생님은 지난해 10월에 신고할 당시에는 불법합성물 사진은 없었고, 언어적 조롱과 개인정보만 올라왔다. 성희롱성 발언은 있어서 명예훼손으로 경찰에 고소를 했다. 그런데 수사관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가해자 압수수색을 할 때 이 선생님을 이용한 불법합성물이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가해자가 자기는 유포 안 하고 소장만 했다고 주장을 했다는 거다. ‘그 선생님 거는 나만 보려고 했다’고. 현행법에서는 이게 처벌이 안 된다고 설명을 들었다.”

-학교에서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딥페이크 논란이 터지고 나니까 교육청에서도 준비가 안 됐는지 10분짜리 방송 교육이나 영상으로 교육을 대체하고 있다. 성범죄라는 게 어떤 것인지 적나라하게 학생들에게 알리고 무책임한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꼭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엄벌이 필요하다. 디지털 성범죄에 강력한 처벌을 하는 게 어떻게 보면 학생, 성인 모두에게 가장 좋은 교육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성범죄는 학생들도 엄벌을 해야 한다. 엄벌로 시그널을 줘야 한다. 처벌에는 어떠한 경우에도 차별이 없어야 한다.”


☞ 다시 강남역 10번 출구에 모인 여성들 “딥페이크 성범죄는 놀이 아닌 성폭력”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8300600025



☞ 전교조 딥페이크 피해 실태조사 “피해 건수 2492건, 직·간접 피해 517건” [플랫]
https://www.khan.co.kr/national/gender/article/202408291649001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불법합성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가해자에 대한 엄중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탄원서를 모집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가해자에 대한 엄중 처벌, 빠른 후속조치를 위해 탄원서를 모아 재판부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동료 교사, 시민들의 동참을 요청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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