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달 15일 2차 대전 패전 79주년을 맞아 도쿄 지도리가후치 전몰자 묘원을 참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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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전날 기시다 총리는 자민당 헌법개정실현본부 실무팀이 작성한 개헌 관련 쟁점 정리안을 보고받고 승인했다. 현행 일본 헌법에 자위대 근거 규정이 없는 만큼 헌법에 자위대를 명시해야 한다는 게 개헌안의 핵심이다. 이외에 대규모 재해 상황 발생 시 선거를 미루고 국회의원의 임기를 연장하는 ‘긴급사태 조항’을 도입하는 안 등도 포함됐다.
제2차 세계 대전 후 연합군사령부(GHQ)가 주도해 초안을 만든 후 1946년 11월 공포된 일본 헌법 9조는 전쟁 포기(1항)와 전력불보유 및 교전권 불인정(2항) 등을 명시했다. 일본 헌법이 ‘평화 헌법’으로 불리는 배경이다. 하지만 자위대의 존재 자체를 부인한다는 시각에서 그간 자민당 내에선 개헌 논의가 꾸준히 있었다.
이번에 자민당 내에서 정리한 안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시절인 2018년 3월에 나온 개헌안의 뼈대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이번 안에선 현행 9조를 유지하면서 “필요한 자위 조치를 담당하는 등신대(等身大)인 자위대를 명기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7일 당 헌법개정실현본부 회의에서 “8월 중에 논점 정리를 마무리하라”고 지시했다. 개헌에 속도를 내겠단 의미였다. 이를 두고 “사실상 차기 총리를 선출하는 자민당 총재 선거(오는 27일)와 직후 열릴 총선거(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개헌을 지지하는 보수층을 결집시키겠단 포석”이란 해석이 나왔다.
일본 집권 자민당은 오는 27일 총재 선거를 실시해 사실상 차기 총리를 정한다. 사진은 자민당 출신 역대 총리들의 얼굴로 꾸민 총재선 홍보 그래픽. 사진 자민당 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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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한 ‘포스트 기시다’ 후보들도 개헌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도 1위를 달리는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전 환경상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국민투표를 하루라도 빨리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디지털 담당상도 “헌법 논의를 확실히 진전시켜 가능한 한 빨리 발의하고 싶다”는 입장이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의 경우 “자위대를 ‘방위군’으로 바꿔 군대로서 헌법에 명기해야 한다”는 게 지론이다. 보수 강경파인 고바야시 다카유키(小林鷹之) 전 경제안보 담당상,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경제안보 담당상도 개헌에 적극적이다.
다만 평화를 중시하는 종교단체인 창가(創価)학회에 뿌리를 둔 연립여당인 공명당은 자위대 명기 개헌에 신중한 입장이다. 공명당이 당 차원에서 반대한다면 개헌은 성사되기 어렵다.
이시이 게이이치(石井啓一) 공명당 간사장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개헌은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발의되는 것으로, 자민당 혼자선 할 수 없다”며 “다른 정당을 어떻게 설득하고 정리할 것인지는 (자민당) 총재 선거 이후의 과제”라고 말했다. 총선 이후 달라질 각 당별 의석 수 역시 변수가 될 수 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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