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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5 (일)

젤렌스키 ‘종전 압박’ 전략 통할까···푸틴 “우크라, 애초 목표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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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러시아도 전쟁 느껴야 종전 가능”

우크라, 전황 바꿀지 미지수…포크로우스크 ‘위태’

‘체포 영장’ 푸틴 환대한 몽골, ICC 기소되나

경향신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에서 뉴스 브리핑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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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가 최근 러시아 에너지 시설에 최대 규모 무인기(드론) 공격을 가한 배경에는 종전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러시아가 곧바로 우크라이나 하르키우를 겨냥해 미사일 반격에 나선 데다,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빠르게 진격하고 있어 효과적인 전략이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가 다수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날 밤 연설에서 “러시아 내 드론 공습은 러시아 국민이 우크라이나 국민과 똑같이 전쟁을 느끼게 함으로써 전쟁을 종식하기 위한 전략”이라며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대한 침공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는 전쟁을 다시 밀어내야 한다”며 “테러리스트 국가(러시아)는 전쟁이 무엇인지 느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장을 러시아 본토로 옮겨 러시아인도 전쟁 고통을 체감하는 상황이 되면 종전 여론을 더 수월하게 끌어낼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연일 서방 국가에 러시아 본토를 겨냥한 서방 무기 사용 제한을 풀어달라고 촉구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최근 들어 러시아 전역의 정유 공장과 발전소를 집중 공격해온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1일 모스크바와 트베리의 에너지 시설을 향해 150대 이상의 드론을 발사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드론을 격추했다고 밝혔지만, 모스크바 남동부 카포트냐의 정유공장 등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이 가해진 지 몇 시간 만에 하르키우에 미사일과 유도폭탄 공격을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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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당한 우크라이나 북동부 도시 하르키우의 한 스포츠 시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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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대통령 바람과 달리 러시아의 행보는 종전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WSJ은 “지금까지 러시아 영토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공격은 전반적인 전황을 바꾸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고통을 주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빠른 속도로 진격하고 있다. AFP통신이 이날 분석한 미국 전쟁연구소(ISW)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 8월 우크라이나 영토 477㎢를 진군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네츠크 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하루에 15㎢씩 전진한 셈이다. 러시아가 한 달 동안 이 정도 영토를 점령한 건 2022년 10월 하르키우 인근에서 우크라이나의 반격에 대응한 이후 처음이다.

러시아군은 특히 전략적 요충지로 꼽히는 포크로우스크 지역을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이날 기준 7㎞ 이내까지 접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때 8만 명이 살던 포크로우스크는 주민들이 피난을 떠나면서 황폐해지고 있다. 쇼핑몰이 폐쇄되고 동네에 문을 연 슈퍼마켓은 딱 하나 남았다. 남은 주민은 시내에서 음식과 구호품을 받기 위해 줄을 선다고 WSJ은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동부 투바공화국 키질의 한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연설하며 “러시아는 돈바스(우크라이나 도네츠크·루한스크 일대) 주요 지역에서 오랜만에 본 적 없는 속도로 나아가며 큰 진전을 보이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는 쿠르스크 지역을 침공해 돈바스에서 러시아군의 진격을 멈추려는 애초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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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3일(현지시간) 몽골 울란바토르의 수흐바타르 광장에서 열린 환영식에 참석해 오흐나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과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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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국제형사재판소(ICC) 체포 영장 집행 대상인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빈 방문지인 몽골에 도착했다. ICC 회원국인 몽골은 체포 영장 집행에 협조해야 하지만, 이를 무시한 채 몽골 전통 의상을 입은 의장대 사열로 푸틴 대통령을 환대했다. 미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만약 몽골이 체포에 나서지 않는다면 협조 의무를 저버린 혐의로 ICC에 기소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국제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AI) 몽골지부는 “몽골이 푸틴 대통령에게 일시적 피난처를 제공한다면, 국제법상 가장 심각한 범죄에 대한 불처벌을 보장하는 데 사실상 공모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는 몽골을 향해 ”범죄자의 재판 회피를 허용해 전쟁 범죄에 공동 책임을 지게 됐다”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ICC는 지난해 3월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어린이들을 불법적으로 이주시키는 등 전쟁범죄 혐의를 적용해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체포 영장이 발부된 후 푸틴 대통령이 ICC 회원국을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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