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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사설] 응급실 하루가 다른데, 여전히 ‘의료공백 없다’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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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4일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에 응급실 한시적 축소 운영 안내문이 붙어 있다. 아주대병원 응급실은 5일부터 매주 목요일 저녁 7시부터 다음날(금요일) 아침 7시까지 16살 이상 성인 환자의 경우 심폐소생술(CPR)을 필요로 하는 등의 초중증 환자만 받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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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의료진 부족에 따른 응급실 파행 운영이 현실화되고 있다. 야간과 휴일 응급 진료를 중단하거나 진료 제한을 검토하는 병원이 늘고 있지만, 정부는 의료공백 원인을 전공의 이탈 탓으로 돌리며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라는 주장만 반복할 뿐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의료공백의 책임 소재를 묻는 질문에 “중증 환자와 난치병 환자를 떠나버린 전공의가 제일 먼저 잘못한 행동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한 것이 응급실 파행 운영 등 의료공백의 핵심 원인이라는 것이다.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며 환자 곁을 떠난 의사들에게 일차적 책임이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6개월 넘도록 변변한 위기 수습 방안도 내놓지 못한 정부는 그간 무얼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단일안을 가져오라’며 사태 해결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더니, 응급실 위기가 현실화되자 ‘전공의 탓’으로 의료공백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응급실 운영을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도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4일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공보의) 250여명을 응급실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병원에 투입해 진료 차질을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 파견될 인력 가운데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8명에 불과하다. 게다가 현장 경험이 부족한 이들을 곧바로 응급·중증환자 진료에 투입할 수도 없어 ‘땜질 처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정부는 “응급실에 어려움이 일부 있는데 극복할 수 있다”(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고 한다.



현장에선 의사가 부족해 의료진 피로가 누적되고 응급처치 뒤의 배후 진료도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환자들이 ‘응급실 뺑뺑이’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증언도 속출한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의료 대란’의 공포가 더욱 커지고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의료체계가 원활하다”며 현실과 동떨어진 상황인식을 보이고 있다. 이러다간 의대 증원에 대한 국민적 지지마저 잃을 수 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여야와 의료계, 정부가 참여하는 ‘여야의정 비상협의체’를 구성해 사회적 대타협을 끌어내자고 제안했다. 정부는 ‘버티면 된다’는 고집이 아니라, 현장에서 들려오는 환자와 보호자의 다급한 호소에 먼저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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