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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사설] 문 전 대통령 수사에도 ‘피의사실 흘리기’ 수법 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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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청사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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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검찰 수사에서 ‘검찰발’ 수사 정보가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과거 검찰이 수사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려고 피의사실을 언론에 흘려 발생한 비극적인 사건들을 떠올리게 한다. 가뜩이나 ‘김건희 명품 가방’ 수사 마무리 시점이라 검찰의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의도가 의심받고 있는데, ‘피의사실 공표’ 논란으로 수사에 대한 불신까지 자초하려 하는가.



조선일보는 지난 2일 문 전 대통령 전 사위의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내용을 보도하면서 계좌 추적 내역과 관련자 진술 등을 상세히 보도했다. 전주지검이 누구의 계좌를 어떤 계기로 추적했고, 어떤 진술을 받아냈는지, 출처가 의심되는 돈의 액수는 얼마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마치 검찰 수사기록을 직접 본 것처럼 상세히 썼다. 검찰은 기사 내용의 사실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하지만 검찰이 아닌 주변 취재를 통해서는 도저히 확인할 수 없는 내용이라 검찰 쪽에서 수사 정보가 새어나간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검찰 또는 권력기관이 문 전 대통령을 망신 주려는 의도로 ‘언론플레이’를 하는 게 아닌지 강한 의심이 든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선일보 기사에 대해 “김정숙 여사가 딸에게 이 돈을 입금한 시기는 2022년 퇴임 이후로, 전 사위의 취업이 있었던 2018년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이 해명이 맞는지 확인하는 게 이번 검찰 수사의 목적일 것이다. 이를 확인하기도 전에 뒤에 숨어 단편적인 정보만 언론에 흘려 마치 대단한 뭔가가 있는 것처럼 떠보기를 하는 건 매우 부적절하다. 그렇게 해서 도출된 검찰 수사 결과가 과연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겠는가.



피의사실 공표는 엄연한 범죄 행위다.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이 기소하지 않아 실제 처벌이 이뤄지지 않을 뿐이다. 피의사실 공표는 수사 대상자에게 심대한 압박을 가한다. 더욱이 이처럼 일면을 슬쩍 흘리는 경우엔 웬만한 사람은 제대로 해명도 못 한다. 설령 나중에 무죄 판결을 받더라도 이미 대중들에게 드리워진 인상은 그대로 남는다. 그동안 검찰을 비롯한 수사기관의 언론플레이로 많은 비극적인 일들이 있었다. ‘논두렁 시계’가 대표적이다. 정권의 이해에 따라 전직 대통령 망신 주기를 일삼다 사회 전체에 큰 상처를 남겼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 관련 수사에서 객관적 증거를 통해 확인된 혐의만 기소해 신속하게 법원의 판단을 받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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