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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사설] 정부 야당 연금 개혁안 큰 차이 없어, 개혁 골든타임 내 처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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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4일 서울 충정로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9층 민원실을 찾은 시민들이 국민연금 관련 상담을 받고 있다. /전기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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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현재 9%인 보험료율(내는 돈)을 13%로 올리고 소득 대체율(받는 돈)을 42%로 하는 내용의 국민연금 개혁안을 내놓았다. 또 연령대가 높을수록 보험료율을 더 빨리 올리는 방식으로 인상 속도에 세대별 차등을 두는 방안, 수명이나 가입자 수와 연계해 연금 수급액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자동 조정 장치’ 도입도 검토하자고 했다. 기초연금은 2026년 저소득층부터 40만원으로 지금보다 10만원 인상하는 내용도 담았다. 정부는 기금 고갈 시점을 이 개혁안대로 하면 16년, 자동 조정 장치까지 도입하면 32년 늦출 수 있다고 했다. 정부가 2003년 이후 21년 만에 국민연금 개혁안을 단일안으로 내놓은 데는 큰 의미가 있다.

이제 국민연금 개혁의 공은 민주당으로 넘어갔다. 국민연금 내는 액수는 1998년 이후 26년 동안 9%에 묶여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포퓰리즘에 빠져 제때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2년 기준 OECD 국가들의 평균 연금 보험료율은 소득의 18.4%로 우리의 두 배가 넘는다. 제때 손대지 않아 1년에 약 32조원, 하루 885억원씩 기금 적자가 불어나고 있다. 연금 개혁이 늦어질수록 미래 세대의 부담이 눈덩이처럼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저출생 고령화가 겹치고 있어 개혁을 하지 않으면 연금 제도가 아예 붕괴할 수밖에 없다.

정부안이 나왔으니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 민주당은 불과 넉 달 전인 지난 21대 국회 막판에 ‘내는 돈 13%, 받는 돈 44%’로 조정하는 안을 받아들인 바 있다. 이재명 대표도 이를 확인했다. 이번 정부안과 받는 돈 ‘2% 포인트’ 차이가 난다. 이 정도 차이는 여야 협상 과정에서 얼마든지 타협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은 세대별 인상 속도 차등, 자동 조정 장치 도입 등에도 부정적이라고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내는 돈, 받는 돈’에 대한 개혁이다. 이 개혁이 연금의 골격이다. 다른 세부 사항에서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면 일단 이번 정기국회까지 ‘내는 돈, 받는 돈’ 개혁안을 처리해야 한다. 내년으로 넘어가면 2026년 지방선거 영향을 받아 정치권이 또 포퓰리즘에 빠질 수 있다. 큰 선거가 없는 올해가 나라의 미래를 위한 연금 개혁 골든타임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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