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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美 경제, 높아진 침체 리스크…오늘 밤 고용지표에 달렸다[오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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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미국 경제는 인플레이션을 성공적으로 끌어내리면서도 침체는 피해갈 수 있을까. 투자자들은 아직 이 핵심 질문에 대한 답을 얻지 못했다.

미국 증시는 성장 공포로 지난 8월 초 급락한 뒤 3주간 빠르게 반등하면서 침체 우려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계절적으로 미국 증시 수익률이 가장 부진한 9월이 시작되면서 경기 경착륙(하드랜딩)에 대한 걱정이 다시 올라왔고 증시는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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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500지수 최근 3개월 추이/그래픽=이지혜




제조업은 위축 vs 서비스업은 확장

최근 경제지표는 일부 약화되고 있지만 일부는 여전히 탄탄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는 지난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7.2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치 47.9에 못 미치는 것이다. 8월 제조업 PMI는 전달 46.8에서 소폭 개선되긴 했으나 5개월째 경기 위축을 나타내는 50을 하회해 제조업이 깊은 침체에 빠져 있음을 드러냈다.

반면 ISM의 지난 8월 서비스업 PMI는 51.5로 전달 51.4보다 개선됐고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치 51.1도 웃돌며 확장세를 이어갔다.


민간 고용 증가폭, 3년7개월만에 최저

경기 침체 우려와 관련해 투자자들이 가장 주시하고 있는 노동시장 동향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ADP는 지난 8월 비농업 부문 민간 고용이 9만9000명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치 14만명을 크게 밑도는 것이며 2021년 1월 이후 3년 7개월만에 최저 증가폭이다.

다만 ADP의 민간 고용 증가폭은 공공 부문이 제외되기 때문에 노동부가 발표하는 비농업 부문 취업자수 증가폭과 차이가 크게 날 수도 있다. 특히 최근에는 ADP가 집계하지 않는 공공 부문에서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다.

지난 7월 구인 규모도 예상보다 부진했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 7월 기업들이 아직 채우지 못한 구인 규모가 767만명으로 2021년 1월 이후 3년 7개월만에 최저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치 810만명도 밑도는 것이다.

반면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22만7000건으로 직전주에 비해 5000건 줄며 전망치 23만1000건을 밑돌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채용 규모는 줄고 있지만 감원은 크게 늘지 않고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아직까지는 노동시장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약화되고 있지는 않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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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월간 취업자수 증가폭/그래픽=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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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실업률 4.2%로 내려갔을 듯

엇갈린 노동시장을 종합적으로 진단해주며 경기 침체 우려가 타당한 것인지 보여줄 데이터가 6일 오전 8시30분(한국시간 6일 오후 9시30분)에 발표되는 지난 8월 고용지표다.

특히 지난 8월 초 증시 급락을 초래했던 실업률에 대한 관심이 높다. 지난 7월 실업률은 4.3%로 확인되면서 샴의 법칙에 따른 경기 침체 공포를 불러 일으켰다.

샴의 법칙이란 최근 3개월 실업률 평균치가 지난 1년 최저치보다 0.5%포인트 이상 높으면 경제가 침체에 빠진다는 이론이다. 지난 7월까지 3개월간 실업률 평균치는 1년 최저치 대비 0.53%포인트 높았다.

팩트셋에 따르면 지난 8월 실업률은 다시 4.2%로 내려왔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8월 비농업 부문 취업자수 증가폭은 16만명으로 지난 7월 11만4000명에 비해 개선됐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지표 부진시 증시 급락 가능성

지난 8월 고용지표가 지난 7월처럼 부진하게 나온다면 경기 침체 불안감이 고조되며 증시가 급락할 수 있다. 특히 실업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온다면 시장에 '쇼크'가 될 수 있다.

이는 오는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컷(0.5%포인트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보인다.

반면 지난 8월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좋다면 연준은 다시 인플레이션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올해 말까지 시장이 기대하는 것보다 금리를 덜 내릴 수 있다.

증시에 더 긍정적인 시나리오를 고르라면 그래도 고용지표가 호조세를 보이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이제 금리 인하 자체보다 금리 인하의 이유에 더 주목하기 때문이다.

즉, 인플레이션이 낮아져 경기 제약적 금리 수준을 정상화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느냐, 경기 침체 우려로 서둘러 쫓기듯 금리를 인하해야 하느냐를 따진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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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업률 추이/그래픽=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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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 경로까지 결정할 8월 고용지표

인터랙티브 브로커스의 수석 전략가인 스티브 소스닉은 투자 메모에서 "연준의 금리 인하는 확실해졌기 때문에 이제 '경제의 나쁜 소식은 (증시에) 나쁜 소식'으로 반영되는 환경에 접어들었다"며 "정말 나쁜 소식은 연준이 공격적으로 대응할 준비가 됐다고 해도 실물 경제의 약화를 막기에는 너무 늦었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뱅가드의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조 데이비스는 투자 메모에서 "6일은 오는 17~18일 FOMC로 이어지는 8월 고용지표를 소화하는 흥미로운 아침이 될 것"이라며 "취업자수 증가폭은 다소 고무적일 것으로 기대하지만 결국 실업률이 연준의 9월 금리 인하 폭을 결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8월 고용지표는 단순히 연준의 이달 금리 인하 폭만 결정하지 않는다. 9월 FOMC 후에는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치를 점으로 표시한 점도표가 함께 발표되기 때문에 연준의 향후 금리 인하 경로의 윤곽까지 결정짓는다.


성장 약화 확인해준 베이지북

지난 4일 발표된 연준의 경기 진단 보고서인 베이지북에 따르면 12개 연방준비은행이 관할하는 지역 중 3개 지역에서만 경제활동이 소폭 증가하고 나머지 9개 지역에서는 정체되거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전 보고서에서 경제활동이 정체되거나 감소한 지역이 5개였던 데에서 늘어난 것이다.

UBS 글로벌 자산관리의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브라이언 로즈는 보고서에서 "베이지북은 이미 미국 경제가 추세 이하의 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경기 침체 리스크가 높아졌음을 시사한다"며 "이는 이번주에 발표된 8월 ISM 제조업 지수의 약세와 7월 구인 규모의 감소 추세와 일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여전히 미국 경제가 연착륙(소프트랜딩)에 성공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경착륙 리스크가 높아진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발표된 경제지표들의 약화는 연착륙으로 가는 단순한 경기 둔화일 뿐일까, 경기 침체의 신호탄일까. 현재 상황에서 이 질문에 대한 종합적인 대답이 6일에 발표되는 8월 고용지표이다.

다만 뱅크 오브 아메리카 증권의 미국 담당 이코노미스트인 아디티야 바베는 보고서에서 "8월 고용지표는 경제가 침체에 빠지고 있다고 확인해 주지도 못하고 침체 가능성을 부인하지도 못할 것"이라며 연준은 이런 불확실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올해 남은 3번의 FOMC에서 매번 금리를 0.25%포인트씩 인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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