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18 (수)

이슈 인공지능 시대가 열린다

이토 코헤이, “양자컴, AI기술 맞물려 5년 내 폭발적 진보 있을 것”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세계지식포럼 ◆

매일경제

11일 열린 세계지식포럼 ‘게임체인저를 꿈꾸는 양자컴퓨터’ 세션에서 이토 코헤이(가운데) 일본 게이오대 총장이 양자컴퓨터 미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좌장 역할을 맡은 파비오 도나티(왼쪽) 기초과학연구원(IBS) 양자나노과학 연구단 연구위원과 김명식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물리학과 교수. 이충우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양자컴퓨터는 실현 가능성이 없는 ‘파랑새’인가, 인류의 기술 혁신을 이끌 ‘꿈의 컴퓨터’인가.

매일경제 주최로 11일 열린 세계지식포럼 ‘게임체인저를 꿈꾸는 양자컴퓨터’ 세션에서 양자컴퓨터 연구자들은 양자컴퓨터 관련 기술이 아직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점을 인식했다.

그러나 인공지능(AI) 기술과 맞물려 양자컴퓨터 개발에 폭발적 진보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 27년간 양자컴퓨터를 연구한 글로벌 양자 석학인 이토 코헤이 일본 게이오대 총장은 “지금의 양자컴퓨터는 삼성 휴대전화보다 성능이 낮은 게 맞다”며 “상용화된 양자컴퓨터를 성인이라고 친다면 현재 양자컴퓨터는 지난해 막 유치원을 졸업한 초등학교 1학년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현재 기술 투자 수준과 연구 수준을 종합해볼 때 5년내 양자컴퓨터 기술이 폭발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토 총장은 양자 컴퓨팅과 양자 센싱, 양자 물리학 관련 논문을 360편 이상 발표한 인물이다. 일본 문부과학성 퀀텀 도약 플래그십 프로그램의 양자 정보 기술 프로그램 디렉터로 다양한 양자 정보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매일경제

11일 열린 세계지식포럼 ‘게임체인저를 꿈꾸는 양자컴퓨터’ 세션에서 김명식(오른쪽)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물리학과 교수가 양자컴퓨터 개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좌장 역할을 맡은 파비오 도나티 기초과학연구원(IBS) 양자나노과학 연구단 연구위원과 이토 코헤이 일본 게이오대 총장. 이충우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양자컴퓨터는 이론상 기존 컴퓨터나 슈퍼컴퓨터보다 30조배 빠른 연산 능력을 갖춰 ‘꿈의 컴퓨터’로 불린다. 1980년대 그 개념이 처음 제시돼 40년 넘게 개발 중이다. 정보 연산 분야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양자컴퓨터는 양자 중첩, 얽힘이라는 양자 역학의 이론을 바탕으로 연산을 수행하는 장치다. 일반 컴퓨터는 정보 기본단위로 0과 1로 표현하는 비트를 쓰는 반면 양자컴퓨터는 1과 0을 동시에 다량으로 처리해 비약적으로 높은 연산 성능을 낼 수 있다.

양자 연구로 영국왕립학회 울프슨상과 독일 훔볼트재단 지멘스상 등을 수상한 김명식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물리학과 교수는 양자컴퓨터를 “더 적은 에너지를 쓰면서 더 빠르게 연산을 하는 컴퓨터”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회의론도 스멀스멀 등장한다. 양자컴퓨터의 능력이나 전망이 과장됐다는 것이다. 지난 5월 세계적 과학학술지 ‘네이처’는 “양자컴퓨터는 현 시점에 아무런 쓸모가 없다. 최악이다”는 분석을 내놨다.

양자컴퓨터 상용화에 있어 난제 중 하나는 계산의 오류를 줄이는 것이다.

양자컴퓨터는 기본 정보단위로 00·01·10·11을 동시에 표현하는 큐비트를 사용한다. 큐비트가 1, 0 또는 둘 다의 상태가 동시에 존재하는 것을 ‘양자중첩’ 상태라 하는데, 중첩 상태가 되면 오류가 쉽게 발생한다.

큐비트를 공이라고 생각하면 진동하는 공에 옆의 공도 영향을 받게 되는 개념이다. 이런 간섭으로 결과값에 오류에 생긴다. 큐비트 숫자나 밀도를 늘릴수록 오류는 늘어난다.

현존 최고의 양자컴퓨터인 IBM의 오스프리가 가진 큐비트는 433개다. 최첨단 암호를 8시간 안에 해독하려면 최소 2000만개의 큐비트가 필요하다.

더구나 양자컴퓨터 성능을 측정하는 기준에 대한 연구자들 끼리의 합의도 없는 점 등 양자컴퓨터가 상용 수준에 이르기엔 멀었다는 관측이다.

이토 총장은 이같은 네이처의 지적에 대해선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신약 개발부터 기후변화까지 다양한 문제 해결에 양자컴퓨터를 활용하는 양자 도약 시점(양자 티핑포인트)이 머지 않았다”며 “이르면 5년 내, 늦어도 10년 안에 양자컴퓨터가 폭발적으로 발전하는 임계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근거는 현재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양자컴퓨터 연구와 투자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케츠에 따르면 세계 양자컴퓨터 시장은 올해 13억달러(약 1조7400억원)에서 2029년 53억달러(약 7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토 총장은 “초전도 큐비트, 이온트랩, 실리콘 양자, 위상 큐비트, 다이아몬드 큐비트 등 다양한 방식의 양자컴퓨터를 세계 유수의 연구기관과 기업들에서 개발하고 있다”며 “정확히 어떤 방식의 양자컴퓨터가 주류가 될지는 예측할 순 없지만 슈퍼컴퓨터를 뛰어넘는 양자컴퓨터가 나올 것이란 점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실제 투자가 늘어남에 따라 양자컴퓨터의 발전속도도 빨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토 총장은 전체 주식시장을 예측하는 양자컴퓨터 등을 이미 개발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의 발전과 함께 양자컴퓨터의 개발이 더 빨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명식 교수는 “양자 컴퓨터는 원자나 광자, 초전도체, 실리콘 등을 다 통제해야 하는 복잡한 역할을 맡게 된다”며 “모든 컨트롤이 가능하려면 좋은 프로세스가 필요한데, AI가 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양자컴퓨터가 개인 컴퓨터화될 것이냐는 전망에는 선을 그었다. 이토 총장은 “비행기나 우주선이 개발됐다고 해서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며 “양자컴퓨터는 현재의 슈퍼컴퓨터가 풀지 못하는 문제를 풀기 위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