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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 (수)

아픈 아들 7년간 서울대 등하교시킨 어머니, '천원의 식사' 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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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기부자 대표 김혜경씨 인터뷰]
선천적 질환으로 거동 불편한 아들 위해
경기 광주시 자택에서 2시간 거리 왕복
값싸고 맛 좋은 '천원의 식사' 끼니 해결
"고물가에 저렴한 밥 고마워 기부 결정"
한국일보

1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미술관에서 개최된 '천원의 식샤' 성과 보고회에서 교내·외 기부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서울대발전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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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관악캠퍼스 미술관에서 진행된 '천원의 식샤(식사)' 성과보고회. 서울대는 1,000원에 아침 식사를 제공하는 사업을 2015년 6월 시작했고, 2018년부터 세 끼로 확대했다. 식사 한 끼 단가는 약 4,000원. 학생이 내는 1,000원을 제외한 3,000원은 정부 지원금과 학교 기금으로 충당된다. 이를 위해 서울대는 후원을 받았는데 1년 만에 7억 원 넘는 기부금이 모이자 각 분야 기부자 대표 등을 초청해 성과보고회를 연 것이다. 이 가운데 '학부모 기부자 대표'로 연단에 오른 김혜경(56)씨를 행사 이틀 뒤인 12일 관악캠퍼스 행정관 장애학생 휴게실(다솜누리)에서 다시 만났다. 김씨는 "대학생 때 이후로 그런 자리에 서본 게 처음이라 너무 긴장했다"고 미소 지었다. 밝은 표정의 김씨는 이 두 글자가 나올 때면 울컥하곤 했다. 바로 '아들'이다.

의사 대신 과학자 택한 아들

한국일보

서울 관악구 서울대 관악캠퍼스 행정관 1층의 장애학생 쉼터 '다솜누리'에서 만난 학부모 기부자 대표 김혜경(56)씨. 최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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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 아들(25)은 태어날 때부터 곳곳의 관절이 굳는 병(선천성 다발성 관절 구축증)을 앓아 몸이 불편했다. 거동이 어려워도 늘 해맑은 아들을 모두 좋아했다. "초등학교 땐 수술 후 항생제 부작용 때문에 기침과 토를 달고 살았어요. 그런 상황에도 친구들과 있고 싶다면서 학교에 꾸준히 나갔어요. 선생님도 학생들도 기뻐하더라고요."

공부도 손에서 놓는 법이 없었다. 학원이나 과외 수업은 듣지도 않는데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다. "몸이 불편하니 잘할 수 있는 게 공부밖에 없다는 생각이었는지… 아프니까 밖에 나갈 기회가 거의 없잖아요. '그만 자라'고 해도 본인이 좋아서 밤늦게까지 책을 보는 거 있죠." 김씨는 못 말리겠다는 듯 말했다.

병원과 집을 오가는 아들은 자연스레 의사의 꿈을 품었다. 자신을 도와준 선생님들처럼 의대에 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수술할 일이 잦은 의사에겐 세심한 손놀림이 필수. 앓고 있는 질환으로 의사는 어렵겠다는 판단에 의업과 가장 밀접한 생명과학을 배우기로 하고 서울대에 진학했다.

합격의 기쁨도 잠시, 경기 광주의 집에서 학교까지 왕복 2시간 거리인 아들의 통학길이 걱정이었다. 김씨는 아들의 발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아들이 신입생이던 7년 전부터 석·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등하교를 돕는다. 김씨의 친구들이 요즘 뭐 하고 지내냐고 물을 때면, 그는 이렇게 근황을 전한다. "나? '매니저 일' 하지!"

고마운 '천원의 식사'

한국일보

19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관악캠퍼스 학생회관 1층 식당에 학생들이 줄을 서고 있다. 최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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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과 저녁은 학교 안에서 주로 해결해야 하는 모자에게 부담 없는 가격에 맛도 좋은 '천원의 식사'는 고마운 존재였다. "외식 가격이 올랐는데도 '천식'(천원의 식사)은 계속 1,000원이에요. 주머니 사정 넉넉지 않은 아이들도 3,000원이면 세 끼 다 해결할 수 있잖아요." 김씨와 남편이 기부를 결정한 배경이다.

김씨 부부는 아들이 막 서울대에 입학한 2018년에도 기부를 한 적이 있다. 당시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입구는 이중 수동문인 데다 받침목도 따로 없었다. 아들이 탄 수동휠체어를 미는 동안 문을 잡아줄 사람이 필요해 매번 남편이나 아들 친구 도움을 받아야 했다. 김씨는 단과대 사무실을 찾아가 자동문을 만드는 데 써 달라며 기부금을 건넸다. "저야 상황이 되니 따라다니지만, (몸이 아픈 자녀를) 학교에 보내놓고 못 오는 부모들이 얼마나 걱정이 많겠어요. 다른 학생들도 편하게 학교에 다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서울대는 그해 하반기 곧바로 출입구를 자동문으로 바꾸고 옆 강의동에 장애학생 휴게실도 새로 지었다.

"아들은 우리집 보물... 힘닿는 데까지 도와야죠"

한국일보

김혜경씨가 아들을 기다리는 동안 책을 읽을 때 쓰는 독서대. 아들 이름표가 붙어있다. 최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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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기다리면서 시간을 보내는 다솜누리에도 김씨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틈날 때마다 복사기 용지를 채워넣고, 문구용품 등도 점검한다. 다른 학생들이 끼니를 거르고 공부하고 있으면 빵이나 간식을 사다주기도 한다. 김씨는 "7년째 다니니 제가 직원인 줄 착각하는 분들도 있다"면서 "'다솜누리 지기'라고 불러 달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아들이 계속 서울대에 다니면 모를까, 외국에서 포닥(박사후연구원)이라도 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김씨는 요즘 복잡한 심경이다. 그래도 힘닿는 데까진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아들에 대해 묻자 김씨 표정이 금세 또 환해졌다. "보물이죠. 보물, 우리 집 보물. 저하고 아들 '원 플러스 원', 아빠하고 우리 아들까지 '투 플러스 원'." 세 가족 모두 떼려야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란 의미다.

최현빈 기자 gonnal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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