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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사설]간호사에 “건방진 것들” “장기말 주제” 막말 해댄 의협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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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개혁 방안을 놓고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대한의사협회(의협)의 박용언 부회장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간호사들을 비하해 비난을 사고 있다. 그는 진료지원(PA) 간호사의 의료 행위를 법으로 보호하는 간호법 제정안이 20일 공포되자 간호사들을 “건방진 것들”이라고 부르면서 “그만 나대세요. 그럴 거면 의대를 가셨어야죠” “장기말 주제에 플레이어인 줄 착각” 같은 비하성 글을 올렸다.

간호법은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 이후 PA 간호사의 역할 확대 목소리가 높아진 상황에서 지난달 28일 국회를 통과했다. 법안 통과 직후 임현택 의협 회장은 “불법 무면허 의료 행위가 만연하고 의료 현장이 아수라장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간호법은 양 측면이 있는 것으로 의사들로선 의견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의협의 간부가 간호사들을 “건방진 것들” “장기말 주제” 운운하며 모독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런 행태는 정당한 주장의 신뢰성조차도 떨어뜨릴 뿐이다.

의대 증원에 항의해 사직했다가 복직한 의사 약 800명의 신상정보를 담은 이른바 ‘의료계 블랙리스트’를 인터넷과 메신저에 게시한 전공의 정모 씨가 20일 구속된 데 대한 의료계 일각의 반응도 일반 상식과는 거리가 멀다. 의협 소속의 몇몇 지방의사회들은 블랙리스트를 “의사 표현의 자유”라며 옹호했고, 특히 경기도의사회는 “북한 수준의 인권 유린”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협 회장은 구속된 전공의도 피해자라고 했다. 하지만 블랙리스트에 오른 의사들 중에는 신상이 공개돼 대인기피증을 겪는 경우도 있다. 전공의 등에게 사직할 권리가 있듯 복직할 권리도 있다. 그런데도 “감사한 의사”라고 조롱하며 신상을 공개한 것을 표현의 자유라 할 수 있나.

의정 갈등 초기부터 선민의식을 드러낸 일부 의사들의 몰지각한 발언으로 의료계 전체가 매도되면서 의료계의 정당한 요구도 지지를 얻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어 왔다. 추석 연휴 응급실 대란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의사 커뮤니티에는 “매일 1000명씩 죽어 나가면 좋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극히 일부의 일탈이겠지만, 정부의 무리한 의대 증원에 대한 비판이 커지는데도 의료계의 주장에 힘이 실리지 않는 게 의료계 스스로 고립을 자초한 때문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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