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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우리 은하 230개 길이… 역대 최대규모 ‘블랙홀 제트’ 관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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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연구팀 발표

주변 물질-빛 끌어당겨 제트로 방출

“우주 형성 과정 연구의 핵심 역할”

동아일보

현재까지 관측된 블랙홀 제트 중 가장 긴 ‘포르피리온’의 모습을 상상해 그린 일러스트. 포르피리온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거인의 이름이다. E. Wernquist / D. Nelson (IllustrisTNG Collaboration) / M. Oei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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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은 강한 중력으로 빛마저도 붙잡아 끌어당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어떤 블랙홀에서는 방사선과 물질이 강하게 방출되는 ‘제트(jet)’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과학자들이 관측 사상 가장 큰 규모의 블랙홀 제트를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지금까지 블랙홀 제트의 규모는 5Mpc(메가파섹·1Mpc은 약 326만 광년)을 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지만 6.8Mpc 이상의 블랙홀 제트가 처음으로 관측된 것이다.

마르테인 우이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 관측천문학과 연구원팀이 블랙홀 제트 ‘포르피리온’의 길이가 약 2300만 광년에 달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연구 결과를 18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공개했다. 1광년은 광속(빛의 속도·초속 약 30만 km)으로 1년 동안 이동한 거리다. 2300만 광년은 태양계가 있는 우리 은하의 지름을 10만 광년으로 계산했을 때 약 230개를 나란히 늘어놓은 것과 맞먹는 거리다.

일부 초거대질량 블랙홀에서는 주변 물질이나 빛이 끌어당겨지며 생성되는 강착원반 양쪽으로 강력한 방사선과 기체·액체 물질 등이 방출되는 제트가 관찰된다. 제트는 좁은 노즐 같은 구조를 통과하며 고속으로 방출된다. 우리 은하 중심부에 있는 M87 블랙홀에서 방출되는 제트의 초기 속도는 광속의 80%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선행 연구에서 유럽 저주파 전파망원경 네트워크인 ‘로파(LOFAR)’로 지구에서 75억 광년 떨어진 블랙홀 제트를 찾아내고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거인 포르피리온의 이름을 붙였다. 이후 포르피리온이 시작된 은하를 찾아낸 결과 포르피리온 제트가 시작된 블랙홀이 있는 은하는 우리 은하보다 약 10배 큰 거대 은하로 분석됐다.

망원경 관측 데이터를 초기 조사한 결과 제트의 총길이가 최소 6.43Mpc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수학적 모델링을 사용해 정밀 계산한 결과 포르피리온의 총길이는 초기 예측보다 큰 6.8∼7.3Mpc으로 나타났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블랙홀 제트의 크기는 5Mpc을 넘지 못할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홀 제트는 물질이 극한의 환경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탐구할 가치가 있는 물리적 현상이다. 오랜 시간 지속되면서 은하 물질 흐름에 영향을 미친다. 블랙홀과 은하를 포함한 우주의 형성 과정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에 참여한 조지 조르고브스키 칼텍 천문학 및 데이터과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은하 중심에 있는 블랙홀 제트가 해당 은하뿐 아니라 다른 은하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치는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특히 크기가 작은 ‘젊은 우주’에서는 블랙홀 제트의 영향력이 더욱 컸을 것으로 추정했다. 우이 연구원은 “우주의 모든 장소가 어떤 특정 시점에서는 블랙홀 활동의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블랙홀 제트는 은하 사이를 넘어 우주에 열이나 자기장 등을 퍼뜨릴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이 연구원은 “지구 생명체가 번성할 수 있게 해준 자기장은 은하와 별을 거쳐 행성에 도달한다”며 “거대한 블랙홀 제트가 자기장을 우주 전체에 퍼뜨렸는지 이해하고 싶다”고 말했다.

포르피리온 블랙홀 제트가 어떻게 불안정해지지 않고 멀리까지 뻗을 수 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포르피리온처럼 거대한 블랙홀 제트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메커니즘을 이해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며 “우주에는 거대한 블랙홀 제트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병구 동아사이언스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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