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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4 (화)

[우보세]무료 반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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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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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명절 기간 쿠팡 택배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A씨가 공개한 반품 사진./사진=엑스(옛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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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피하게 살지는 말자. 이렇게 비양심적으로 살진 말아야지."

최근 한 사회관계서비스망(SNS)에 올라온 글이 화제가 됐다. 작성자는 올해 추석 명절 기간 쿠팡에서 배송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A씨. 그는 게시글과 함께 포장 봉투를 뜯었다가 다시 테이프로 붙인 흔적이 있는 반품 택배 3개를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그가 '비양심'이라고 저격한 소비자는 쿠팡의 무료 반품 서비스를 악용한 '체리피커(본인 실속만 차리는 소비자를 지칭하는 의미)'로 보인다. 추석 전날 로켓배송으로 아동 한복을 주문하고, 당일 오전 아이에게 입힌 뒤 오후에 반품을 신청한 것이다.

이 글을 온라인에서 관심을 끌기 위한 허위 정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동안 이커머스 업계를 취재한 경험에 비춰보면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 매년 명절마다 택배 배송원과 이커머스에서 물건을 파는 셀러(판매자) 모두를 힘들게 하는 전형적인 사례여서다. 쿠팡 관계자도 "명절 전후로 아동 한복 반품률이 급증하는 건 오래된 일"이라고 했다.

반품을 요청한 소비자는 "아이에게 입힐 한복을 공짜로 빌려 명절 분위기를 냈다"고 좋아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제품을 회수하기 위해 배송원은 다시 그 집을 찾아가야 하고, 셀러는 플랫폼과 추가 배송비로 인한 손실을 분담해야 한다. 무료배송과 무료반품 서비스를 위해 쿠팡 멤버십 비용을 내고 있다고 항변할 수 있지만 이런 식의 무료반품 악용에 대한 비용은 결국 다른 소비자들에게 전가된다.

이커머스 배송 물량이 급증하면서 반품 처리 비용은 이미 상당한 수준까지 치솟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본지가 국내 택배 물동량 통계 등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기준 반품 처리에 따른 배송비만 약 4조5000억원 이상 소요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건당 5000원 수준인 물류비만 반영한 보수적인 수치다. 업체가 반품 후 물류창고에 재입고한 상품을 다시 판매하기 위해 거치는 검수 및 양품화 과정에 투입되는 비용까지 더해지면 실질적인 규모는 더욱 클 것이란 게 중론이다.

보편화된 '무료 반품' 서비스를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소비자들의 인식은 달라져야 한다. 너도 나도 이런 식의 반품에 나서면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은 결국 제품 가격을 높이거나, 멤버십 비용을 인상해서 손실을 메워야 한다. 결과적으론 모든 소비자가 관련 비용을 분담하게 된다.

업체가 주문한 물건을 잘못 보냈거나, 제품에 하자가 있다면 반품을 요청하는 것은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다. 정상적인 반품 신청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도 매출 증대를 위한 플랫폼의 전략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앞서 거론된 한복 사례처럼 제도를 악용하는 행태는 지양해야 한다. 의류, 신발 등 패션 잡화 품목은 반품률이 30% 이상인 업체도 많다. 심지어 2~3번 입고 세탁한 제품을 돌려보내고, 1년에 100번 이상 반품을 신청하거나, 애초에 시키지 않은 다른 제품을 택배로 보내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이쯤 되면 체리피커가 아닌 블랙컨슈머(불공정한 요구를 하는 소비자)로 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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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엄식 기자 us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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