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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빅테크 규제에 민주당 손절한 저커버그 “이번 대선은 중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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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는 최근 두 차례 통화... 관계 회복 신호

조선일보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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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의 마크 저커버그와 40대의 그는 매우 다르다. 지난 몇 년 동안 그는 친구·동료들과의 대화에서 정치에 대해 냉소적인 태도를 보였다. 민주당·공화당 모두 테크 기업들을 혐오하며, 정치에 계속 휘둘리면 회사에 더 많은 감시를 불러올 뿐이라는 것이 그와 메타 경영진의 현재 생각이다.”

24일 뉴욕타임스(NYT)가 페이스북의 모기업 메타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의 최근 정치적 입장의 변화에 대해 분석한 내용이다. 과거 열렬한 민주당 지지자이자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했던 저커버그가 오는 11월 치러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사실상 누구도 지지하지 않는 중립적 노선을 택했다는 것이다. 동시에 저커버그는 한때 앙숙과도 같았던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과는 관계 회복에 나섰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미국 테크 산업의 중심지인 실리콘밸리에서 이례적으로 표심이 좌우로 극명히 나뉜 가운데, 실리콘밸리의 상징과도 같은 저커버그의 이 같은 ‘우클릭’이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저커버그는 이미 지난달 26일 공개적으로 “이번 대선에서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화당 소속 짐 조던 미 하원 법사위원장의 요청으로 보낸 서한에서다. 저커버그는 이 서한에서 “내 목표는 어떤 정당을 위해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인상조차 보이지 않는 것이고, 그렇게 여겨질 수 있는 어떠한 기여도 할 계획이 없다”라고 밝혔다.

여기서의 ‘기여’는 지난 대선이 있었던 2020년 저커버그가 최소 4억달러(약 5200억원)를 선거 관련 비영리 단체에 기부한 일을 뜻한다. 갑작스러운 코로나 팬데믹의 창궐로 투표소 운영에 어려움이 생기자, 50개 주정부의 투표소 방역 조치를 지원한다는 취지였다. 당시 저커버그는 특정 당을 지지할 의도로 기부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공화당은 투표소 접근이 쉽지 않은 사회적 약자는 주로 민주당 지지 성향이기 때문에, 사실상 저커버그가 민주당 편에 서서 부당한 선거 개입을 했다고 공격해 왔다. 이 같은 주장을 부인해 왔던 저커버그가 갑자기 입장을 바꿔 “당시 기부가 유권자들에게 자신이 민주당을 지지했다는 인상을 줬다”고 간접적으로 시인한 셈이다.

저커버그는 이전부터 이민자 포용, 불평등 완화 등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회적 의제에 기여하는 기부를 꾸준히 이어 왔다. 언론에 칼럼을 기고하고, 여러 재단을 설립해 자선 활동을 펼쳤으며, 이를 위해 수백 명의 사람들을 고용하는 데 막대한 재산을 썼다. 그랬던 그가 이제 정치적 활동이라 의심될 만한 자선 활동을 대부분 중단한 상황이다.

불과 4년 만에 입장을 180도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서한에 그 실마리가 나온다. 저커버그는 “2021년 코로나 팬데믹 당시 백악관의 고위 간부들이 코로나에 대한 풍자와 유머 글에 대해서도 검열을 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고 폭로했다. 저커버그는 “정부의 압력은 옳지 않다고 믿는다”라며 “당시에 좀 더 분명하게 정부 압력에 반대했어야 했다고 후회하고 있다”고 밝혔다. 꾸준히 민주당 편에 서서 진보적인 사회 운동에 기여해왔지만, 돌아온 것은 조 바이든 민주당 정부의 강력한 ‘빅테크 규제’라는 ‘뒤통수’뿐이었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좋은 의도로 시작한 사회 운동 때문에 공화당의 정치적 공격의 표적이 됐고, 기업 운영에 막대한 타격을 입는 것에도 좌절감이 커졌다고 한다. 공익사업을 위해 고용한 진보 활동가들의 지나친 ‘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 주의’가 저커버그가 공익사업에 멀어지게 된 계기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들이 저커버그의 초당(超黨)파적인 관점과는 달리 낙태·인종 정의·전쟁 등 지나치게 정치적인 목적으로 자선 사업을 이끌었고, 저커버그가 이를 옳지 않다고 느꼈다는 것이다.

저커버그는 트럼프와는 관계 회복에도 나서는 모습이다. NYT는 “저커버그는 지난여름 트럼프 전 대통령과 두 차례 전화 통화를 했는데, 둘의 통화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1년 백악관을 나온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라고 했다. 첫 통화는 지난 7월 트럼프가 펜실베이니아주 유세 현장에서 총격을 당한 직후 그를 위로하기 위해서였고, 두 번째는 페이스북이 트럼프의 사진을 ‘가짜 이미지’로 잘못 인식해 삭제한 것을 사과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저커버그는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의 반(反)이민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NYT는 “그의 입장 변화는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같은 테크 거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아왔다”며 “그러나 이는 논쟁적인 사회적 이슈에 좌절감을 느낀 실리콘밸리 CEO들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이들은 이제 대체로 한발 물러서고 있다”고 했다. 양분된 현재의 미국의 정치 지형에선 머스크처럼 한쪽에 ‘올인(all-in)’ 하는 것보다는 저커버그처럼 중립을 지키려는 CEO들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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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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