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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6 (목)

[사설] 윤 대통령의 '한동훈 패싱'은 국정 혼란만 키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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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만찬을 마친 뒤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과 환담하며 산책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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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면 현안에 대한 대화 없이 끝난 당정의 ‘맹탕 만찬’ 후폭풍이 거세다. 친한계 측은 한동훈 대표가 현안을 말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고, 친윤계는 얼마든지 말할 수 있는 계기가 있었다고 발끈한다. 한 대표의 ‘대통령 독대 재요청’만 남게 된 24일 만찬 이후 네탓 공방이 무성한 터라 이러한 분열상은 내부 조정능력을 상실한 집권세력의 참담한 현실을 보여주는 바다.

당정 만찬은 물론 그 전후 과정을 보면, 윤 대통령이 현안에 대한 ‘국민 눈높이’를 강조하고 있는 한 대표에 대해 배제와 불신의 메시지를 의도적으로 보내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만찬 전 언론에 나온 한 대표 독대 요청에 대해 언론플레이 운운하며 불쾌감을 표시한 데 이어 독대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만찬 후 윤 대통령과 10분간 산책이 있었지만 여기에는 추경호 원내대표가 같이해 현안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인사말이나 모두 발언을 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는 불만이 친한계 쪽에서 나왔다. 신임 당지도부 상견례 자리라 자유로운 대화를 위해 대통령의 모두 발언도 없었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지만, 국정 난맥상을 초래하고 있는 의료대란 등 현안의 시급성에 비춰 여러모로 어색하고 한가하다. 대화 골자를 보면 체코 원전 수주 치적 등을 설명하는 대통령 독무대가 아니었나 싶다. 한 대표는 공개석상에선 대통령의 감기 기운 염려만 하고, 만찬 뒤 홍철호 정무수석에게 대통령 독대 재요청을 한 게 소득의 전부였던 셈이다. 이마저도 대통령실은 “논의해야 할 일”이라며 미지근한 반응이다.

이러한 대통령실 분위기를 보면 윤 대통령이 한 대표와 국정 현안을 논의할 의사가 있는지, 따로 만날 필요를 느끼는지조차 의심스럽다. 형식 문제를 들어 거절하는 모양새는 국정 최고 책임자의 소통과 문제해결 의지를 찾아보기 어렵다. 의료대란을 촉발한 의대증원 문제나, 김건희 여사 리스크에 대한 한 대표 입장이 바뀌지 않는 한 독대 의미가 없다고 여긴다면 무책임하다. 윤·한 갈등의 격화로 한 대표가 배제되고, 나아가 ‘제2의 이준석’ 처지로 전락하게 된다면 국정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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