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당선인(왼쪽)과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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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 멕시코 당선인이 취임식에 스페인 국왕을 초청하지 않기로 했다. 과거 자국을 식민 지배하고, 원주민을 학살한 역사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25일(현지시간) 엘우니베르살 등 멕시코 언론에 따르면 셰인바움 당선인은 이날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벽화 박물관 개관식에서 “과거 멕시코 정복 당시 저지른 학대에 대해 인정하라는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의) 서한에 대한 답변을 스페인이 거부했다”며 “우리는 이런 이유로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을 멕시코 대통령 취임식 초청 명단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멕시코 헌정 200년 만에 첫 여성 대통령이 될 셰인바움 당선인은 오는 10월1일 취임한다. 그는 집권 여당 국가재생운동(모레나) 소속으로, 오브라도르 대통령으로부터 배턴을 이어받는다.
셰인바움 당선인은 “양국 관계 발전에 모범 사례로 여겨질 수 있는 답장은 안타깝게도 받지 못했다”며 “스페인 국왕은 멕시코 국민을 모욕하고 화나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멕시코 신자유주의자들은 역사를 부끄러워했던 것을 안다”며 “우리는 반대로 우리의 원주민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말해 청중의 박수를 받았다.
멕시코 제국은 1521년 현재의 멕시코시티 자리인 아스테카 치노치티틀란을 점령한 뒤 약 300년 간 멕시코 일대를 식민지로 삼았다. 이곳을 침략한 정복자들은 원주민을 착취하고 학살했다. 토착문화를 말살하고 원주민들을 노예로 만들기도 했다.
펠리페 6세 국왕은 그간 멕시코를 비롯해 온두라스, 도미니카공화국 등 스페인 제국 시절 자국의 영향을 받은 중·남미 국가원수 취임식에 초대받아왔다. 그는 2018년 오브라도르 대통령 취임식에도 참석했다.
멕시코와 스페인의 관계는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스페인에 과거 식민 지배에 대한 인정과 사과를 요구하면서 멀어졌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2019년 펠리페 6세 국왕에게 “과거 식민 지배에 대해 공개적으로 공식적으로 사죄하라”고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스페인 정부는 이에 대해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이번 대통령 취임식에 멕시코 정부가 펠리페 6세 국왕을 초청하지 않자, 스페인 정부는 “용납할 수 없는 처사”라며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도 취임식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멕시코 정부는 산체스 총리는 취임식에 초대했다.
스페인 외교부는 성명에서 “국왕을 취임식에 배제한 건 이해할 수 없다”며 “스페인 정부는 어떤 수준에서라도 멕시코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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