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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아껴야죠, 올해 배달음식 끊었다"…'내수 한파' 자영업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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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앞두고 여자친구와 함께 사는 장지용(33)씨는 올해 들어 배달음식을 시켜먹지 않았다. 주말에도 밖에서 사 먹는 대신 여자친구와 음식 만들어 먹는 게 일상이 됐다. 장씨는 “올해 3월 전세로 신혼집을 마련하면서 매달 나가는 대출 이자만 150만원”이라며 “물가까지 대폭 올라버린 상황에서 일단 당장 아낄 수 있는 것부터 줄여나가다 보니 외식을 끊었다”고 말했다.



실질지출 지지부진…내수 침체 장기화



26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분기 가계 실질 국내소비지출(원계열)은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실질지출은 가계 지출액에서 물가상승의 영향을 빼고 계산한 것으로, 소비 수준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다. 지난해 3분기에 실질지출이 전년보다 0.4% 감소한 이후 올해 2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와 0%대를 오가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실질지출은 3개 분기 동안만 부진했는데 이보다 내수 둔화가 장기화하고 있다.

중앙일보

김주원 기자



이처럼 내수가 국내 경제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떠오른 이유가 통계로 나타났다. 전날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제일 답답해하는 게 내수가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이라며 “그런 걱정을 계속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민간소비 기여도는 –0.1%를 기록하는 등 내수는 경제성장률의 발목까지 잡고 있다.



음식·숙박은 5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특히 가계지출 둔화가 집중된 건 음식‧숙박업 등 대면서비스업종이다. 이들 업종은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만큼 국민 체감도가 높은 대표적인 내수 업종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음식‧숙박업의 실질지출이 지난 2분기 1년 전보다 0.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분기 전년 대비 3.2% 감소한 데 이어 2년 연속으로 감소세를 이어갔다.

실질지출 감소세는 2분기에만 집중된 일시적 현상이 아니었다. 분기별로 봐도 음식‧숙박 실질지출은 지난해 2분기부터 5개 분기 연속 전년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0년 이후 2분기만 살펴보면, 음식‧숙박 실질지출이 2년 연속으로 줄어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가계 소비 여력이 팍팍해지면서 외식이나 국내 여행 등부터 지갑을 열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영업자에 내수 부진 직격탄



이 때문에 내수 침체의 직격탄을 자영업자가 맞았다. 실제 지난달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430만6000명으로, 1년 전보다 6만4000명 줄었다. 이른바 ‘나홀로 사장님’은 규모는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까지 전년 동월 대비 12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숙박‧음식에 대한 가계 실질지출이 감소하기 시작한 게 지난해 2분기부터였음을 고려하면 그 이후부터 자영업자의 폐업이 가속화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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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서대문구 인근 폐업한 상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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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지출이 여러 지출 항목에서 골고루 줄었다는 것도 최근 실질지출 둔화의 특징 중 하나다. 2분기 14개 소비지출 항목 중 실질지출이 1년 전보다 감소한 건 6개에 달한다. 주류‧담배, 의류‧신발, 음식‧숙박, 운송, 교육, 생활용품 등 생활에 있어 꼭 필요하지 않은 품목부터 지출을 줄였다. 통상 경제가 성장하면 지출 역시 늘어나는 게 일반적이다.

김동헌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내수 부진이 이어지다 보니 체감 경기가 뚝 떨어진 상황”이라며 “고물가 여파에 고금리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경기가 차차 좋아질 것이라는 소비자 심리가 반등해야만 소비자들이 지갑을 다시 열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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