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일본 집권당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새 총재로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이 선출됐다. 다른 후보들에 비해 과거사 문제 등에서 상대적으로 온건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이시바 전 간사장의 당선에 따라 한일 간 역사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7일 일본 <아사히신문>은 이날 오후 도쿄에 위치한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 전 간사장이 28대 총재로 선출됐다고 보도했다. 그는 이날 결선투표에서 215표를 얻어 194표에 그친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을 21표 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앞서 진행된 1차 투표에서는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이 181표를 받아 1위를 기록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154표를 얻어 2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산케이 신문>은 지난 44번의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결선투표는 총 5번 있었으며 이 중 1,2위가 결선투표에서 바뀐 경우는 두 번 있었다고 전했다.
이시바 신임 총재는 4전 5기 끝에 총재직에 당선되는 기록을 쓰게 됐다. 그는 지난 2008년을 시작으로 2012년, 2018년, 2020년 총 네 차례 총재 선거에 도전했으나 모두 낙선한 바 있다. <마이니치 신문>은 이시바 신임 총재가 "38년 간의 정치 생활을 총결산하며 마지막 도전이라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시바 신임 총재의 임기는 3년이며 오는 10월 1일 소집되는 임시 국회에서 제102대 총리로 선출될 예정이다. 이번 선거는 자민당 내 비자금 사건으로 인해 6개의 계파중 아소파를 제외한 5개 계파가 해산을 결정한 가운데 치러져 9명의 후보가 나왔으며, 어느 후보가 당선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마이니치 신문>은 이시바 신임 총재가 "아베 정권에 대한 비판적인 발언을 해왔다"며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다음 총리 후보로 1위에 올랐지만, 당 내의 국회의원들에게 인기가 많지 않아 총재 선거에서 계속 낙선했다"고 그간 정치 여정을 소개했다.
▲ 27일자민당 새 총재로 선출된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이 인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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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미우리 신문>은 "선거 초반에는 비자금 문제로 당이 곤경에 처한 가운데 다음 총선의 얼굴로 당을 쇄신할 수 있는 총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며 "그런 점에서 43세의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이나, 첫 여성 총리에 대한 기대로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이 주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시바의 버팀목은 일반 여론조사에서도, 자민당원에 대한 조사에서도 인기가 뿌리 깊었다는 점"이라며 "자신의 지론을 논리정연하게 조용히 말하는 스타일은 예전부터 여론에서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졌다"고 전했다.
다른 후보들의 약점이 이시바 신임 총재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기도 했다. 신문은 "다카이치의 경우 너무 오른쪽으로 치우친 이념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됐다"며 "총리가 되어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일련의 우파색이 강한 언동에, 외교면에서 악영향이 나올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고 전했다.
신문은 "기시다 후미오 정권에서 개선한 한일 관계가 손상되어 미일한의 공조에 금이 가면, 러시아, 중국, 북한의 움직임에 유효한 대처를 할 수 없게 된다는 견해가 있었다. 이는 다카이치를 지지하는 세력의 움직임에 브레이크가 됐다"고 설명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아들인 고이즈미 신지로에 대해 신문은 "총재선거 사상 최장기간인 15일의 선거전에서 정책 이해 미흡, 정책 실현을 위한 전략의 불투명성, 경험 부족 등이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자민당 내 계파 정치가 사실상 없어진 상황에서 치러진 선거였다는 점도 이시바 신임 총재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신문은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이 당 개혁의 의지를 드러내면서도 기존 계파 정치를 이끈 인사들의 지지를 받는 데 급급해 했다는 점이 표를 깎아 먹는 요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시바 신임 총재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하지 않고 일본의 한국 침략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과거사 문제에 있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다른 모습을 보여 왔다.
그는 선거 기간에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구상 및 '일미 지위협정 개정'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에 대해 신문은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이 있고 미국 정부 관계자도 염려를 숨기지 않고 있다"며 실제 실행까지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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