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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사설] 이태원 참사 ‘경찰 유죄·구청 무죄’, 누가 납득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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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왼쪽 사진)과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부실대응 관련 1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이임재 전 서장과 박희영 구청장은 각각 금고 3년형과 무죄를 선고받았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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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예방과 대처에 실패한 혐의로 기소된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에게 30일 금고 3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반면 박희영 용산구청장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도심 한복판에서 158명이 희생된 참사에 대해 경찰은 책임이 있는데 지방자치단체는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국가 책임’을 반쪽만 인정한 법원 판단을 수긍하기 힘들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는 이날 판결에서 “2022년 핼러윈 데이를 맞은 이태원 경사진 골목에 수많은 군중이 밀집돼 보행자가 서로 밀치고 압박해 생명·신체에 심각한 위험성이 있다고 예견하거나 예견할 수 있었다”며 “이태원 참사가 자연재해가 아니라 각자 자리에서 주의 의무를 다하면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임을 부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런 전제 아래 재판부는 “경찰관은 국민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고 공공의 질서를 유지해야 할 임무가 있다”며 당시 용산경찰서 서장, 112상황실장, 상황팀장 등을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구청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안전법령엔 다중 군집으로 인한 압사 사고가 재난 유형으로 분리돼 있지 않았고, 주최자 없는 행사에 대해선 별도 안전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이 없어 업무상 과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별도의 재난 유형으로 명시돼 있지 않으면 심각한 위험이 예견되는 상황이어도 손 놓고 있어도 된다는 뜻인가. 행정기관의 주의 의무를 이렇게 형식적으로 해석한다면 앞으로 어느 공무원이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해 발 벗고 나설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새로운 유형의 재난에는 무방비와 무책임의 악순환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박 구청장은 “마음의 책임” 운운하며 사퇴도 하지 않았다. 대규모 참사에도 지자체장은 정치적 책임도, 법적 책임도 모두 피해 가는 형국이다. 비단 박 구청장뿐만 아니다. 이태원 참사의 진상·책임 규명 과정은 ‘국가의 무책임’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줬다. 대통령도, 행정안전부 장관도 책임을 통감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윗선의 법적 책임은 서울경찰청장을 겨우 기소하는 데 그쳤다.



이런 식이면 국가의 존재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지자체의 법적 책임은 항소심을 통해 다시 엄정히 가려야 한다. 나아가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조사를 통해 정부가 저지른 잘못을 명백히 규명하고 반드시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안전한 나라’에 한발이라도 다가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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