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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 (목)

10년 만에 완성된 초파리 뇌 지도…사람 유전자 70%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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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초파리의 뇌. 가로 750마이크론, 세로 350마이크론, 깊이 250마이크론으로 1mm가 채 안된다. 프린스턴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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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만개의 뉴런(신경세포)과 5000만개 이상의 시냅스(연결부)로 구성된 초파리 신경 구조 전체를 담은 뇌 지도(커넥톰)가 완성됐다.



초파리는 인간과 70%의 유전자를 공유하기 때문에 인간 뇌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실험 동물로 활용된다. 초파리 연구에서 얻은 성과로 지금까지 10명의 과학자가 6차례 노벨상을 받았다. 따라서 초파리 뇌 지도의 완성은 인간 뇌 질환과 뇌 발달 과정 연구에 새로운 도약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프린스턴대 서배스천 승(승현준) 교수와 말라 머시 교수가 이끄는 국제연구진 ‘플라이와이어 컨소시엄’(FlyWire Consortium)은 3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9편의 논문을 통해 초파리 뇌 지도를 공개했다. 이 컨소시엄에는 122개 기관의 146개 연구실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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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파리 뇌에 있는 13만9255개의 뉴런(신경세포). 이들은 5450만개의 시냅스(연결부)로 연결돼 있다. FlyWire/Princeton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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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mm도 안 되는 뇌의 놀라운 복잡성







초파리의 뇌는 크기가 1mm도 안 되지만, 매우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어 뉴런의 연결 배선을 합치면 약 150m나 된다.



다양하고 정교한 행동의 근간이 되는 뇌 기능은 뉴런의 활동과 뉴런 간 연결에 의해 결정된다. 연구진은 “초파리 뇌는 인간 뇌보다 약 100만배 적은 뉴런을 포함하고 있지만 초파리는 비행에서 사회적 상호 작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복잡한 행동을 보인다”며 “초파리의 뇌는 신경 회로의 완전한 배선도를 작성하기 위한 이상적인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머시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지금까지 완성한 성체 동물의 뇌 지도는 아주 작은 벌레로 기껏해야 뉴런이 385개에 불과했다”며 “복잡한 뇌의 완전한 지도를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승 교수는 프린스턴대 보도자료를 통해 “사람들은 파리가 뇌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랄지도 모르지만, 파리의 뇌는 사람의 뉴런과 비슷하게 나무처럼 생긴 뉴런과, 사람과 같은 신경전달물질, 즉 글루타메이트, 아세틸콜린, 도파민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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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파리 뇌의 신경 배선도. 세포 유형과 시냅스에서 신경 전달 물질과 네트워크 특성에 이르는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다. 신경전달물질의 화학적 특성에 따라 신경세포의 색깔을 달리 표시했다. 파란색은 가바(GABA), 노란색은 아세틸콜린(ACH), 분홍색은 글루타메이트(GLUT). FlyWire/Princeton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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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 단위로 잘라 2100만장의 사진 촬영







초파리 뇌 지도 작성을 위한 연구는 2013년에 시작됐다. 연구진은 단단하게 굳힌 초파리의 뇌를 40나노미터(㎚=10억분의 1m) 두께로 얇게 자른 뒤 각각의 층을 고해상도 전자현미경을 이용해 사진 2100만장을 찍었다. 이어 이 사진을 해석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뉴런의 3차원 구조를 만들어냈다.



이렇게 해서 완성한 지도는 이전 초파리 뇌 지도보다 약 7배 더 많은 뉴런(13만9255개)과 4배 더 많은 시냅스(5450만개)를 포함하고 있다.



연구진은 초파리 뉴런의 다양한 모양을 바탕으로 8453개의 유형을 구분해냈다. 이는 인간 뇌에서 찾아낸 3300개 뉴런 유형보다 훨씬 많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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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파리 뇌 지도에서 가장 큰 뉴런 50개. FlyWire/Princeton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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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뉴런 1000배 더 많은 생쥐 뇌 지도 작성







연구진은 또 지도를 통해 서로 다른 유형의 뉴런이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한 단서도 얻었다. 예컨대 어떤 뉴런은 파리에게 멈추라고 명령하는 걸 확인했다.



과학자들은 지난해엔 뉴런 3016개 뉴런과 54만8천개의 시냅스로 구성된 초파리 유충의 뇌 지도를 완성한 바 있다. 이와 비교하면 초파리 뇌가 어떻게 발달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풀 수 있다.



과학자들은 다음 단계로 초파리보다 뉴런이 약 1000배 더 많은 생쥐 뇌 연구를 시작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미 국립보건원(NIH)은 지난해 9월 생쥐 뇌 지도 작성을 포함한 3가지 주제의 뇌 연구에 5년간 1억5천만달러를 지원하는 브레인 커넥트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초파리 뇌 지도 완성의 경험은 생쥐 뇌 지도 연구 속도를 높이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38/s41586-024-07558-y



Neuronal wiring diagram of an adult brain.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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