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스타벅스가 유료 구독 서비스 '버디 패스'의 시범 운영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와 배달 업계는 잇따라 유료 구독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시민이 나오는 모습. 사진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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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배송 혜택이 좋아서 쿠팡 멤버십을 사용했는데,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 해지했어요. 노래는 유튜브 뮤직으로 듣고, 영상 콘텐트는 넷플릭스로 보는데 구독료를 다 합치면 꽤 많아서 뭘 해지할까 고민이에요”
서울 은평구에 사는 직장인 강모(28)씨는 지난 8월 쿠팡의 ‘와우 멤버십’을 해지했다. 구독 서비스 4가지에 매달 3만8290원을 썼다는 강씨는 월 4만원을 제한선으로 두고 있다. 그는 “배달비 할인 혜택이 있는 구독상품 ‘배민클럽’에 추가로 가입했다”면서도 “내년 3월에 무료 이용 기간이 끝나면 해지할 것 같다”라고 했다.
월 구독 형태로 제품·서비스를 이용하는 ‘구독 상품’이 배달 앱과 커피 프랜차이즈 등 다양한 업종으로 확산하고 있다. 소비자를 플랫폼에 붙들어 두는 ‘락인(lock-in) 효과’를 노린 전략이다. 하지만 구독할 서비스가 늘고 기존 플랫폼마저 구독료를 줄줄이 인상하자 ‘구독 플레이션(구독+인플레이션)’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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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도 배달도 구독 전쟁
지난 1일 스타벅스는 유료 구독 서비스 ‘버디 패스’의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월 9900원인 버디 패스를 구독하면 오후 2시 이후 제조 음료 주문 시 쓸 수 있는 30% 할인 쿠폰을 매일 1장씩 제공한다. 예를 들어, 4500원인 아이스 아메리카노(톨 사이즈)를 매일 1잔까지는 3150원에 살 수 있다. 스타벅스는 시범 운영 후 실효성을 검토해 지속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지난해 10월엔 커피빈코리아가 2주 동안 연간 회원제 서비스 ‘오로라 멤버스’의 가입자를 모집했다. 연회비 3만원을 내고 오로라 멤버스에 가입하면 1년 동안 10% 상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무료 음료권 등 앱 전용 쿠폰 10매 증정, 생일 쿠폰 등의 혜택도 포함됐다.
김영희 디자이너 |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가 구독 경쟁을 시작한 데는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구독 서비스를 통해 신규 고객을 모을 뿐 아니라 기존 고객의 이탈을 막는 효과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한 프랜차이즈 커피 업계 관계자는 “국내 커피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였는데, 저가 브랜드 커피가 인기를 끌며 경쟁이 심화했다”라며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 구독 서비스 등 여러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달 플랫폼도 유료 구독으로 경쟁 중이다. 배달의민족은 지난달 배달비 혜택이 있는 구독 서비스 배민클럽을 정식 출시했다. 월 3990원을 내면 주문 여러 건을 순차 배달하는 ‘알뜰배달’은 배달비 무료, 주문 한 건만 배달하는 ‘한집배달’은 배달비 할인 혜택이 있다. 쿠팡이츠는 지난 3월 쿠팡 와우 멤버십(월 7890원) 회원에게 무료 배달을 시작하며 사실상 배달 구독제를 적용하고 있고, 요기요는 지난 4월부터 월 2900원에 무료 배달 혜택이 있는 ‘요기패스X’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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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플레이션’에 커지는 소비자 부담
새로운 구독 서비스가 등장하는 동시에 기존 서비스의 구독료가 줄줄이 오르자 소비자는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 4월 와우 멤버십 가격을 4990→7890원으로 58.1% 올렸고, 티빙·유튜브·디즈니플러스는 지난해 멤버십 가격을 22~42% 올렸다.
여러 동영상 서비스(OTT)를 동시에 구독하다 올해 초 모두 해지했다는 직장인 이모(29)씨는 “구독료가 부담되기도 했지만, 돈을 낸 만큼 콘텐트를 봐야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동영상 보는 데 시간을 너무 많이 썼다”라며 “뭘 볼지 콘텐트 고르는 것도 언젠가부터는 스트레스가 됐고, 시간도 아까워 올해부턴 모두 끊었다”라고 말했다.
줄줄이 오르는 플랫폼 구독료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각 업체] |
영국의 결제업체 ‘방고’가 2일 발표한 ‘구독 전쟁 2024’ 보고서에 따르면 여러 구독 서비스를 관리하느라 힘들어하는 국내 소비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 2000명 대상의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71%는 앱 하나로 모든 구독 서비스를 관리하고 싶다고 했고, 한 곳에서 모든 구독 서비스를 관리할 수 없어서 불편하다는 비율도 65%에 이르렀다. 이는 같은 질문에 대한 일본·대만 소비자 응답 비율보다 모두 높았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가 매년 구독 서비스에 지출하는 비용은 363달러(약 48만원), 월 평균 4만원 꼴로 일본(272달러)보다 높고 대만(420달러)보단 낮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업은 수익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고 기존 구독자를 대상으로 추가 판촉이 가능하기 때문에 구독 모델을 선호한다”면서도 “소비자는 이용량과 관계없이 일정한 비용을 지출하기 때문에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최근 다양한 유료 구독 모델이 등장하면서 경제적 부담뿐 아니라 유료 구독 모델에 대해 피로감을 느끼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삼권 기자 oh.sam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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