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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불붙는 OTT 시장

커피∙배달∙OTT까지…월 구독료만 4만원, 이젠 해지 고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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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1일 스타벅스가 유료 구독 서비스 '버디 패스'의 시범 운영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와 배달 업계는 잇따라 유료 구독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시민이 나오는 모습.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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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배송 혜택이 좋아서 쿠팡 멤버십을 사용했는데,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 해지했어요. 노래는 유튜브 뮤직으로 듣고, 영상 콘텐트는 넷플릭스로 보는데 구독료를 다 합치면 꽤 많아서 뭘 해지할까 고민이에요”

서울 은평구에 사는 직장인 강모(28)씨는 지난 8월 쿠팡의 ‘와우 멤버십’을 해지했다. 구독 서비스 4가지에 매달 3만8290원을 썼다는 강씨는 월 4만원을 제한선으로 두고 있다. 그는 “배달비 할인 혜택이 있는 구독상품 ‘배민클럽’에 추가로 가입했다”면서도 “내년 3월에 무료 이용 기간이 끝나면 해지할 것 같다”라고 했다.

월 구독 형태로 제품·서비스를 이용하는 ‘구독 상품’이 배달 앱과 커피 프랜차이즈 등 다양한 업종으로 확산하고 있다. 소비자를 플랫폼에 붙들어 두는 ‘락인(lock-in) 효과’를 노린 전략이다. 하지만 구독할 서비스가 늘고 기존 플랫폼마저 구독료를 줄줄이 인상하자 ‘구독 플레이션(구독+인플레이션)’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커피도 배달도 구독 전쟁



지난 1일 스타벅스는 유료 구독 서비스 ‘버디 패스’의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월 9900원인 버디 패스를 구독하면 오후 2시 이후 제조 음료 주문 시 쓸 수 있는 30% 할인 쿠폰을 매일 1장씩 제공한다. 예를 들어, 4500원인 아이스 아메리카노(톨 사이즈)를 매일 1잔까지는 3150원에 살 수 있다. 스타벅스는 시범 운영 후 실효성을 검토해 지속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지난해 10월엔 커피빈코리아가 2주 동안 연간 회원제 서비스 ‘오로라 멤버스’의 가입자를 모집했다. 연회비 3만원을 내고 오로라 멤버스에 가입하면 1년 동안 10% 상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무료 음료권 등 앱 전용 쿠폰 10매 증정, 생일 쿠폰 등의 혜택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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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디자이너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가 구독 경쟁을 시작한 데는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구독 서비스를 통해 신규 고객을 모을 뿐 아니라 기존 고객의 이탈을 막는 효과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한 프랜차이즈 커피 업계 관계자는 “국내 커피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였는데, 저가 브랜드 커피가 인기를 끌며 경쟁이 심화했다”라며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 구독 서비스 등 여러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달 플랫폼도 유료 구독으로 경쟁 중이다. 배달의민족은 지난달 배달비 혜택이 있는 구독 서비스 배민클럽을 정식 출시했다. 월 3990원을 내면 주문 여러 건을 순차 배달하는 ‘알뜰배달’은 배달비 무료, 주문 한 건만 배달하는 ‘한집배달’은 배달비 할인 혜택이 있다. 쿠팡이츠는 지난 3월 쿠팡 와우 멤버십(월 7890원) 회원에게 무료 배달을 시작하며 사실상 배달 구독제를 적용하고 있고, 요기요는 지난 4월부터 월 2900원에 무료 배달 혜택이 있는 ‘요기패스X’를 운영하고 있다.



‘구독플레이션’에 커지는 소비자 부담



새로운 구독 서비스가 등장하는 동시에 기존 서비스의 구독료가 줄줄이 오르자 소비자는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 4월 와우 멤버십 가격을 4990→7890원으로 58.1% 올렸고, 티빙·유튜브·디즈니플러스는 지난해 멤버십 가격을 22~42% 올렸다.

여러 동영상 서비스(OTT)를 동시에 구독하다 올해 초 모두 해지했다는 직장인 이모(29)씨는 “구독료가 부담되기도 했지만, 돈을 낸 만큼 콘텐트를 봐야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동영상 보는 데 시간을 너무 많이 썼다”라며 “뭘 볼지 콘텐트 고르는 것도 언젠가부터는 스트레스가 됐고, 시간도 아까워 올해부턴 모두 끊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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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이 오르는 플랫폼 구독료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각 업체]


영국의 결제업체 ‘방고’가 2일 발표한 ‘구독 전쟁 2024’ 보고서에 따르면 여러 구독 서비스를 관리하느라 힘들어하는 국내 소비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 2000명 대상의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71%는 앱 하나로 모든 구독 서비스를 관리하고 싶다고 했고, 한 곳에서 모든 구독 서비스를 관리할 수 없어서 불편하다는 비율도 65%에 이르렀다. 이는 같은 질문에 대한 일본·대만 소비자 응답 비율보다 모두 높았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가 매년 구독 서비스에 지출하는 비용은 363달러(약 48만원), 월 평균 4만원 꼴로 일본(272달러)보다 높고 대만(420달러)보단 낮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업은 수익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고 기존 구독자를 대상으로 추가 판촉이 가능하기 때문에 구독 모델을 선호한다”면서도 “소비자는 이용량과 관계없이 일정한 비용을 지출하기 때문에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최근 다양한 유료 구독 모델이 등장하면서 경제적 부담뿐 아니라 유료 구독 모델에 대해 피로감을 느끼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삼권 기자 oh.sam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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