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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출근 중 졸음운전 사고로 뇌출혈···법원 “업무상 과로 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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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산업재해 관련 일러스트. 경향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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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출근길에 졸음운전 사고가 난 후 뇌출혈 사실을 알게 된 노동자에 대해 법원이 출퇴근 재해를 인정했다. 법원은 기저질환이 있더라도 업무상 과로가 겹쳐 질병이 생겼다면 산업 재해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단독 김주완 판사는 A씨(72)가 근로복지공단(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한 업체에서 사우나 정리, 청소 업무 등을 하던 교대 근무 노동자였다. A씨는 2019년 3월 오전 4시, 새벽조 근무를 하기 위해 출근하다 역주행 사고를 내 응급실에 실려 갔다. 병원에서 A씨는 뇌내출혈 진단을 받았다.

2년 후 A씨는 뇌내출혈이 “업무상 질병 또는 출퇴근 재해”라며 공단에 요양 급여를 신청했다.

공단은 업무 부담으로 뇌내출혈이 발병한 게 아니라고 보고 승인하지 않았다. 뇌내출혈 발병 전 A씨의 1주간 업무시간이 직전 2~12주간 업무시간에 비해 30% 이상 증가하지 않았고, 발병 전 4~12주간 주당 평균 업무시간이 만성 과로 인정 시간에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A씨가 불규칙적인 근무를 했단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A씨가 기저 질환으로 치료받은 적이 있는 점을 고려했을 때 업무와 질병 간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는 새벽조 출근으로 졸음운전을 하게 됐고, 이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자 충격으로 혈압이 상승하면서 뇌내출혈이 생긴 것이라고 했다. 사고 전 뇌내출혈이 발병했다고 하더라도 평소 겪은 업무상 과로와 교대 근무로 생긴 불규칙한 생체리듬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A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먼저 졸음운전 사고로 뇌내출혈이 발생한 것이라는 선후관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뇌내출혈이 선행돼 사고가 발생했다면 사고 후 의식이 뚜렷하거나 정상적 거동을 보이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취지로 설명한 다수의 의학적 소견을 근거로 들었다. 또 A씨의 기저질환이 뇌내출혈이 발병할 정도의 심각한 수준이었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다고 봤다.

법원은 A씨의 뇌내출혈이 근본적으로 업무상 과로로 발병했으므로 “출퇴근 재해”에 해당한다는 점도 인정했다. A씨는 사고 직전 3일간 말번조 근무와 새벽조 근무를 반복했다. 사고 발생 3일 전에는 오후 1시부터 근무해 오후 11시25분에 퇴근했고, 바로 다음 날 오전 5시에 출근해 오후 2시에 퇴근했다. A씨는 하루 휴식하고 26일 오전 4시에 출근하다 졸음운전 사고를 냈다. 재판부는 “A씨가 새벽조 근무에 적응하지 못한 상태에서 오전 4시부터 운전하다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또 기저질환이 있더라도 업무상 과로로 뇌내출혈이 발병·악화했다면 업무상 질병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과거 8년 이상 일했던 다른 사업장 두곳에선 별다른 문제 없이 근무해왔는데 이 사건 사고 후 뇌내출혈이 발병한 점을 들어 “적어도 출근 중에 발생한 사고가 원고의 기저질환에 겹쳐서 이 사건 상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업무상 사유가 기저질환 등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그 질병이 유발 또는 악화한 경우에도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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