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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중국 정부 "늘었다"는데…관광 현장 "누굴 바보로 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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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경기 바로미터 여행수요 놓고 정부 공식집계 vs 현장반응 차이 역대 최고치

머니투데이

(베이징 로이터=뉴스1) 김지완 기자 = 지난 2023년 10월 1일 중국 국경절을 맞아 베이징 만리장성을 찾은 시민들의 모습. 2023.10.01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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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수경기 바로미터인 여행수요를 놓고 정부 공식 집계와 현장 체감 간 괴리가 극에 달하고 있다. 정부는 회복했다는 입장이지만 현장에선 사상 최악이라는 하소연이 들린다. 골든타임이 지나기 전에 경기부양책이 빠르게 경제현장에 침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홍콩 SCMP(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중국 현지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국 문화관광부는 지난 9월 중순부터 이어진 사흘간 중추절(추석) 연휴 기간 중국 국내 여행이 1억700만건 이뤄졌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통상 대조점으로 삼는 코로나19(COVID-19) 직전인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6.3% 늘어난 건수다.

중국 정부는 이 과정에서 관광지출은 총 510억위안(약 9조7000억원)으로 8% 늘었다고 아울러 밝혔다. 1인당 지출금액도 소폭 늘었다. 중국 정부는 또 7~8월 62일에 걸친 여름철 여행 성수기 기간 동안 전국 철도 승객 수가 전년 대비 6.7% 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국내 주요 항공사들의 여름철 항공편과 승객 숫자도 늘었다고 밝혔다.

이달 초부터 무려 8일간 계속되고 있는 국경절 연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홍보하고 있다. 중국중앙TV(CCTV) 등 관영 매체들은 이번 연휴 첫 사흘간 고속도로 차량, 철도, 항공, 선박 이용자가 하루 평균 3억명에 육박했다고 전했다. 관광지 입장권 예매는 2019년보다 17.2% 늘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이런 정부 집계가 현장의 체감과는 정반대라는 점이다. 고급 여행상품을 취급하는 중국 여행사 디어보이저의 관원루 COO(최고운영책임자)는 중국 현지언론을 통해 "여행 성수기 기간 이렇게 사업이 어려웠던 적은 창사 이래 처음이며, 비수기 중에도 가장 비수기 때와 상황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다른 여행업체 반응도 대동소이하다. 중국 남부 하이난도(해남도)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선첸위 대표는 "대부분 호텔이 관광 성수기인 여름철과 중추절 기간 동안 가격을 인상하지 못했다"며 "올해 호텔 예약률은 작년 같은 기간의 60~65% 수준이며 2019년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라고 호소했다.

정부 집계가 현장 상황과 극도로 동떨어지는 상황을 여행업계는 설명조차 하지 못한다. 관 COO는 "팬데믹 기간의 상황은 불가항력으로 간주됐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진짜 관광산업 전문가들은 정부가 내놓는 통계를 보지 않는다. 이해할 수 없으며 보면 볼수록 '우리가 어리석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관광객 수가 회복된 지역에서도 수익 악화는 두드러진다. 관광객들이 돈을 쓰지 않는다는 의미다. 중국 여행전문매체 트레블존의 장하오시 창간인은 "관광객 숫자가 늘었다는 남서부 윈난(운남)성에서도 관광객 개개인의 지출은 줄어들었고, 사업자들의 경기체감도는 더 침체됐다"며 "시장 최전선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정부가 만드는) 거시경제 서사시와는 극명하게 대조된다"고 말했다.

역시 윈난성에서 여행사를 운영 중인 춘샤오친 대표는 "여름철 매출이 작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고 호텔 투숙률은 3분의 2 수준까지 떨어졌다"며 "최고급 호텔의 예약률이 훨씬 더 큰 폭으로 떨어지고, 중저가 호텔의 예약률은 상당히 늘어난 것 역시 여행객들이 이전에 비해 돈을 쓰지 않는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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