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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고려아연 분쟁, 반도체 공정 핵심소재 리스크도 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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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고려아연 황산 주요 지표/그래픽=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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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반도체 산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고려아연 경영진이 교체되면 기술직과 노조 반발 탓에 반도체 공정 필수 소재인 황산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고려아연 해외 매각 시 공정 소재 해외 의존도가 올라갈 수 있다는 점도 거론된다. 반면 MBK는 이 같은 우려를 일축했다.

8일 비철금속업계와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국내 반도체 황산 공급 점유율은 65% 가량인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고려아연은 연간 국내 총 반도체 황산 수요 38만 톤 중 24만 톤 정도를 공급한다. 주요 수요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이들이 98%가량을 사용한다. 고려아연의 반도체용 황산 생산량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는 반도체용 황산을 포함해 국내에서 가장 많은 연간 총 140만톤의 황산을 생산한다.

반도체용 황산은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웨이퍼 표면의 이물질이나 불순물을 제거하는 필수 소재다. 특히 황산의 순도가 낮으면 반도체 성능과 수율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고순도 황산이 필요하다. 황산은 아연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아연정광을 배소로에서 연소시키는 과정에서생긴다. 고려아연을 비롯한 제련업계에선 이 황산을 제품으로 만들거나 환경 처리를 해야 한다.

반도체용 황산 공급의 상당부분을 담당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자 업계에선 자칫 불똥이 반도체 공정 쪽으로 튀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존재한다. 고려아연 노조와 기술직이 MBK·영풍의 공개매수를 적대적 M&A로 규정하며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핵심 기술직은 기자회견을 열어 MBK·영풍이 경영권을 가져가면 전원 퇴사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이제중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투기 자본이 고려아연을 차지한다면 핵심 기술은 순식간에 해외로 빠져나가고 대한민국의 산업 경쟁력은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MBK·영풍의 공개매수 성공 시 파업 등 영향으로 반도체 황산 공급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 못하는 셈이다.

반도체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운다. 고려아연 사태가 최악으로 흐르더라도 라인 가동을 멈출 정도의 극단적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보면서도 집단 퇴사 등으로 물량 상당부분을 책임진 고려아연의 생산중단 등은 연쇄적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A 반도체 제조사 관계자는 "사태가 사태인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문제 발생 시)해외에서 황산을 들여오는 방법도 있지만 그런 상황이 오는 게 최선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도입시 원가 상승과 핵심 공정 소재의 해외 의존도 상승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MBK·영풍 측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따른 황산 공급 문제 발생 가능성을 부정한다. 고려아연 노조와 기술직 반발 관련, 회사 성장의 원동력인 임직원과 노조의 헌신이 정당히 평가받아야 하며 고려아연 임직원들의 고용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 일관된 시각과 방침이라고 강조한다. MBK 관계자는 "이사회에 참여해 무너진 고려아연 기업 경영시스템을 바로 세우는 게 목표"라며 "때문에 일각의 주장처럼 인수 후 고려아연을 중국에 매각할 일도 없다"고 말했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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