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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사설]북한 ‘남쪽 국경 요새화’도 미국에만 통보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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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북한 군인들이 9일 휴전선 인근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을 경기 파주시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촬영했다.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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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남북한 영토를 “철저히 분리하는” 군사적 조치를 취한다고 밝혔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지난 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대한민국과 연결된 우리 측 지역의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견고한 방어축성물들로 요새화하는 공사가 진행된다”며 “전쟁 억제와 공화국의 안전 수호를 위한 자위적 조치”라고 했다. 북한은 이 조치를 미군에 전화통지문으로 알렸다고 했다. 다만 전날까지 진행한 최고인민회의에서 통일 목표를 삭제하고 북한 영토를 규정하는 헌법 개정을 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초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설정하며 영토 조항 등을 개헌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재 그 여부는 분명치 않다. 남북관계와 정전체제 특성상 영토 획정이 논리적으로 간단한 일이 아니어서 북한 내에서도 고민이 있을 수 있다. 일단 군부의 휴전선 요새화 발표가 그 대신 나온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북한군이 휴전선 부근에서 예고한 조치들은 올해 내내 해오던 일의 연장선에 있어서 새롭지는 않다. 그럼에도 북한이 실질적인 영토 분리 조치를 확대하고 이를 공식화했다는 점은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좁은 지역에 양측의 중화기가 집중돼 있어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북한 발표에서 눈에 띄는 점은 “오해와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이 사실을 미군 측에 통보했다는 것이다. 군사분계선 이남의 정전협정을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에 알렸다는 의미로 보인다. 북한이 우발적 충돌 방지에 관심이 있다면 다행이다. 다만 그 상대가 미국이지 한국이 아니라는 점은 문제다. 나중에 북한이 한반도 문제를 놓고 대화하게 될 때도 미국만 상대하려 할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남북한은 영토 분리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서로 관계를 맺지 않고는 평화와 안정을 지키며 살기 어렵다. 더구나 지금처럼 남북 모두 체제 정당성 확보를 위해 상대 위협을 활용하려 드는 상황에서 서로 신경쓰지 않고 살기는 불가능하다. 많은 시민들은 남북 정상이 “정권 종말” “핵무기 사용” 등 험한 말을 주고받기보다 끊긴 대화를 재개해 긴장 완화에 앞장서주길 바란다. 지금 가장 필요한 일은 군이 대비 태세를 철저히 하면서도 과잉 대응을 삼가고, 민간의 대북전단 살포 등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행동을 자제시켜 긴장이 고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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