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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단독] "가난하지 않아도 억울해"…대학생 7만명 '장학금 이의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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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해 7월 서울 중구 한국장학재단 서울센터에 학자금 대출 안내문이 놓여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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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소재 대학교 3학년인 A씨는 지난 1학기 등록금 350만 원을 학자금 대출로 마련했다. 한국장학재단이 각 가구의 소득·재산을 조사해 산정한 소득 구간이 8분위에서 9분위로 오르면서 장학금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국가장학금을 포함한 교내외 장학금은 1~8분위를 수혜 대상자로 정하고 있다.

그는 “경제력에 따라 장학금 지원에 차등을 둬야 한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장학금에서 배제된 게 억울해 이의 신청을 알아봤다”며 “경남에 있는 부모님의 월 소득을 합쳐서 500~600만원 수준이고, 서울에서 자취방 월세만 60~70만원이 든다”고 했다.

한국장학재단이 산정한 소득 분위에 이의를 신청하는 대학생이 최근 5년간 7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득에 속하는 9~10분위 학생들이 장학금을 받고자 소득 분위를 낮추려 한 경우가 많았다.



5년간 7만명이 “소득 분위 다시 산정해달라”



11일 한국장학재단이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2019~2023년 국가장학금 지원구간 이의신청 및 재산정 현황’을 보면 이 기간에 총 7만 682명이 소득분위 ‘최신화’를 신청했다. 증빙 서류를 제출해 소득 분위를 바로잡는 이의 신청 절차다.

신청 건수의 87%(6만 1825명)는 소득 분위가 당초보다 하향 조정됐다. 이 중 3만 2239명은 국가장학금(1유형)을 받을 수 없는 9~10구간에서 1~8구간으로 내려갔다. 소득이 가장 많은 10분위에서 최하위인 1분위까지 낮아진 사례도 매년 나왔다. 21년 17명, 22년 16명, 23년 14명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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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한국장학재단 관계자는 “학자금 신청 직전 재산을 팔거나, 퇴직하는 등 변동 사항이 전산에 즉시 반영되지 않으면서 소득·재산 정보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최신화는 소득 분위 산정이 잘못돼서라기보다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유리한 정보를 새로 반영하는 절차”라고 설명했다.



“국가장학금은 권리…가난하지 않아도 받아야죠”



장학금 지급의 경계선인 9분위 소득은 가구당 월 소득인정액을 기준으로 1718만 원이다. 소득인정액은 소득과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금액의 합계를 말한다.

최근 5년간 이의 신청한 대학생 중 절반 이상(53.9%)인 3만 8072명은 9분위 이상에 속하는 학생이었다. 이렇게 고소득 가정의 대학생들이 이의 신청을 많이 하는 건 장학금을 복지나 권리로 인식하게 된 측면도 있다. A씨는 “집이 가난하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등록금 부담이 있는 건 모든 가정이 마찬가지일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8분위인 대학 4학년 B씨(27·서울)도 “국가장학금은 복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음 학기에 9분위가 나온다면 이의 신청을 할 것”이라며 “소득 분위는 자산을 합산해서 산정하기 때문에 현실과 차이가 있다. 집값이 높은 것일 뿐 고소득자라고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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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다만, 복잡한 절차로 인해 이의 신청을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최신화를 신청하려면 당해 학기 소득 분위 통지일로부터 10영업일 이내 장학재단 고객센터에 상담해야 한다. 또, 상담 내용을 바탕으로 각종 증빙 서류도 준비해야 한다.

정부는 내년부터 국가장학금 지원 대상을 기존 100만 명에서 150만 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진 의원은 “해마다 1만 명 규모의 학생이 소득 분위에 의문을 갖고 재산정을 받으려 한다”며 “소득 분위 산정 데이터를 최신화하고 내역,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 학생들이 납득할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장학재단 관계자는 “이의 신청 비율은 약 0.5% 정도”라면서도 “증빙 서류를 줄이는 등 절차 간소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서지원 기자 seo.jiw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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