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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베일 벗은 테슬라 로보택시…“기대만큼은 아니지만, 크게 실망할 수준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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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테슬라가 10일(현지시간) 공개한 로보택시 ‘사이버캡’ 시제품.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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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10일(현지시간) 운전대와 페달 없이 완전 자율주행 기술로 운행되는 로보(무인)택시 시제품을 공개했다.

이를 지켜본 국내외 전문가들은 대체로 “기대했던 것만큼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나오거나 새롭게 발표된 내용이 없어 다소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투자회사 트리플디 트레이딩의 주식 트레이더인 데니스 딕은 “모든 것이 멋져 보이지만 타임라인 측면에서 보면 별로 그렇지 않다”며 “시장은 좀 더 확실한 타임라인을 원했다. 나는 주주로서 상당히 실망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테슬라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중계한 영상을 실시간으로 시청했다는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도 “발표 현장에 모인 청중이 ‘우와’ 하면서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리다가 ‘어?’ 하면서 물음표만 남긴 채 행사가 끝나버린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로보택시의 상세한 구조나 작동 원리를 보여주지도 않고, 적절히 통제된 시뮬레이션 환경하에서 움직이는 차량에 사람이 탑승하는 등의 지극히 상식적인 기술 공개 수준에 머물렀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그런데도 ‘테슬라가 목표 지점을 향해 순탄하게 나아가고 있구나’ 하는 안도감을 투자자들에게 제공했다는 정도의 의미는 충분히 부여할 수 있는 행사였다”고 부연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로스앤젤레스(LA) 버뱅크에 있는 워너브러더스 영화 촬영 스튜디오에서 ‘위, 로봇(We, Robot)’ 행사를 열고 자율주행 로보택시 ‘사이버캡(CyberCab)’ 시제품을 선보였다.

스포츠카처럼 양쪽에 문이 하나씩만 달린 2도어로 디자인됐고, 내부에는 일반 차량과 같은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구조였다.

머스크는 “자율주행 교통수단의 비용은 매우 낮아서 개인 맞춤형 대중교통처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며 “버스의 평균 이용 가격은 1마일당 1달러 정도인 반면, 사이버캡의 운영 비용은 아마도 시간이 지나면 1마일당 20센트 정도가 되고 세금과 기타 모든 것을 포함한 가격은 1마일당 30센트 또는 40센트 정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당신이 (사이버캡을) 구매할 수도 있다”며 “(1대당) 가격이 3만달러(약 4000만원) 미만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어 “흥미로운 사업 모델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누군가가 우버나 리프트 운전자라면 그들이 10∼20대의 차량을 관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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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10일(현지시간) 로보택시를 설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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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의 발언에 대해 국내 자율주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테슬라가 결국 원하는 건, 주행 시간 외에 남는 시간을 이용해 차량이 수익을 가져다주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도시 전체의 풍경을 바꾸겠다는 걸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어 “로드맵 제시 수준에 머물렀지만 이것만으로도 당면 과제가 전기차 공포증 극복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경쟁 업체들에겐 당혹스런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유럽 최대 자동차 업체인 폭스바겐이 독일 본사 공장 2곳의 문을 닫기로 하는 등 경영난에 직면했고 푸조, 피아트, 지프, 크라이슬러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세계 4위의 다국적 자동차 제조업체 스텔란티스도 이날 글로벌 경영진을 개편한다고 발표했다. 스텔란티스는 중국 시장에서의 전기차 실적 부진과 미국을 비롯한 주요 시장의 수요 감소로 경영악화를 겪고 있다.

완성차 업계로선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의 미래 모빌리티를 향해 ‘점프’ 중인 테슬라와 비야디 등 중국 업체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한 셈이다.

박철완 교수는 “엄청난 양의 자율주행 도로 데이터 축적을 통해 빠르게 관련 기술을 발전시켜 가고 있는 중국 업체들과 합작, 제휴, 현지공장 증설 등 전략으로 미·중 전략 경쟁 국면을 교묘히 피해가고 있는 테슬라의 발전 속도가 다른 업체들이 따라가기 힘들 정도인 것은 맞다”고 진단했다.

물론, 변수는 있다. 앞으로 자율주행 사업 규모를 키울수록 테슬라가 맞닥뜨려야 할 돌발변수가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 당국의 규제, 교통사고, 보험 등 여러 가지 제도적 보완책 마련 여부에 따라 테슬라 로보택시의 양산 일정 등도 다분히 유동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와 한국자율주행산업협회(KAAMI)가 이날 자동차회관에서 공동으로 개최한 ‘2024 자율주행 열린 간담회’에선 국내 정책 당국의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강남훈 KAMA 회장은 “미국과 중국의 무인 로보택시 등 빠른 자율주행 서비스 전개와 달리, 국내는 2027년 자율주행 상용화 목표 설정 등 장기적 관점에서 대응하고 있으며 주요국과 비교 시 투자금과 제도적 지원 수준이 열세에 있다”면서 “해외 주요 업체와 유사한 상용화 속도를 갖추기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정책 부분의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성환 KAAMI 회장도 “글로벌 자율주행 산업이 기술 발전과 산업 기회 발굴에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만큼, 국내 자율주행 산업 역량 강화가 필요한 상황이며, 안정적 산업 환경 조성을 위해 R&D(연구·개발) 사업 확대와 법규 규제 정비 등에 빠르게 나서야 한다”면서 “국내 연구기관과 기업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재현 기자 jaynew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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