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일 이스라엘 아슈켈론에서 바라본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 미사일 시스템이 이란의 탄도 미사일 발사 후 로켓을 요격하고 있다. /로이터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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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럽 외교가에서 가장 큰 화제는 역시 이스라엘이다. 가자지구의 하마스에 이어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등 주변의 적들을 거침없이 공격해 몰아붙이는 이스라엘에 다들 혀를 내두른다. 대체로 급증하는 민간인 희생과 인도주의적 상황 악화에 초점을 맞추면서 왜 이스라엘이 저토록 강경 일변도로 나가는지 우려가 앞서지만, 이야기가 길어지다 보면 “저렇게까지 할 수 있는 이스라엘이 대단하다”는 속내도 나온다.
이스라엘은 인구 950만의 작은 나라다. 그런 국가가 압도적 군사·정보력을 과시하며 자국을 위협해 온 무장 단체들은 물론, 그 배후인 이란까지 궁지에 몰며 거의 일방적으로 판을 주도해가는 모습은 놀라움을 넘어 오싹함까지 들게 한다는 이가 많다. 단순히 힘의 강도 문제가 아니다. 물리적 힘을 투사하고 전략적 목표를 달성해 가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집요함, 이를 성공적으로 해내는 군과 정보기관의 실행 능력, 무엇보다 국민의 단결력에 주목하게 된다.
해외 언론의 눈엔 아무래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강경 노선과 이를 둘러싼 분열이 부각되어 보인다. 사실 가장 먼저 눈에 띄고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스라엘 사회 기저의 분위기, 특히 이 나라를 주도해 가는 리더 그룹에는 “지금이 아니면 이스라엘의 안보 환경을 ‘우리 힘’으로 바꿀 기회가 없다”는 공통적 사고가 있다는 것이 여러 외교관의 분석이다. 1993년 오슬로 협정 이후 지난 30여 년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적 공존을 위한 외교적 해법은 실패했고, 그 결과인 지금의 전쟁 상황에서 추구해야 하는 것은 ‘이스라엘의 최대 안보 이익’이란 인식이 팽배해 있다는 것이다.
인도주의와 윤리, 정치적 갈등·요구는 별개의 문제다. 자국이 처한 상황에 대한 냉혹한 현실 인식, 또 이를 기반으로 ‘추구하는 목표’에 대한 암묵적 공감대가 이스라엘 내에 존재하기에,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 대통령의 의견마저 무시해 가며 공격을 이어갈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만약 그런 집단적 의식이 바탕이 되지 않았다면 이스라엘은 지난 1년간의 다중 전선 전쟁(multi-front war)을 버텨내지 못했을 것이고 앞으로도 그러지 못할 것이다.
서방 외교관들은 이스라엘의 모습에 “전쟁은 다른 수단을 통해 지속되는 정치의 연장선”이란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의 경구를 떠올리고 있다. 그리고 “과연 우리나라의 정치와 군, 국민은 저렇게 할 수 있는가”를 자문한다. 이 질문은 당연히 한국에도 유효하다. 핵을 가진 북한의 체제 불안이 가중되고 중국마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한반도는 냉전 이후 ‘가장 위험한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우리에게 이스라엘과 같은 상황이 닥친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미리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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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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