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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9 (토)

KCGI 대주주 적격심사, 예상보다 늦어질 듯… 뒤숭숭한 한양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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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사모펀드 운용사 KCGI가 한양증권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한 달가량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금융당국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신청하지 않고 있다. 당초 시장에서는 KCGI가 10월 중 심사 신청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KCGI는 내부적으로 검토할 게 많아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위로부터 대주주 승인을 받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회사 측이 마음대로 신청서를 내는 것이 아니라, 제출하기 전에 어느 정도는 금융위와 교감이 이뤄져야 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KCGI의 자금줄 OK금융그룹이 심사 통과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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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부 KCGI 대표가 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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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준비할 게 많아, 연내 신청 목표”… OK금융 리스크 변수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CGI는 지난달 19일 한양학원·백남관광·에이치비디씨 등 한양증권 최대주주와 한양증권 지분 29.6%(보통주 376만6973주)를 2204억원에 인수하기 위한 SPA를 체결했다. OK금융그룹과 메리츠증권이 각각 1000억원 안팎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업계 일각에서는 KCGI가 10월 중 금융당국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10월의 절반 이상이 흐른 현재까지도 KCGI는 당국에 심사 신청을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김태원 KCGI 대표(COO·최고운영책임자)는 “검토하고 준비할 게 많아 단기간 내 신청은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꼼꼼하게 잘 준비해 (금융당국을) 납득시키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본다”며 “연내 신청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신청일로부터 60일 이내에 마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자료 보강 요구 등 심사 과정에 따라 심사가 연장될 수 있다. 통상 금융당국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나서기 전 인수 주체 측과 물밑에서 수차례 교류하며 신청 시기를 합의한다. ‘단기간에 신청이 힘들다’는 김 대표 발언은 당국과 조율해야 할 내용이 많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앞서 KCGI가 메리츠자산운용(현 KCGI자산운용)을 인수할 때도 SPA를 체결한 건 작년 1월이지만, 당국의 대주주 변경 승인이 이뤄진 건 6개월 후인 지난해 7월이었다. 금융당국은 이번에도 들여다볼 게 많은 상태다. 시장에서는 KCGI의 ‘뒷배’로 알려진 OK금융그룹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 통과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OK금융그룹은 저축은행 인가 조건을 이행하고자 계열사 대부 자산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로 현재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올해 9월 말 기준 OK캐피탈의 부실채권 규모가 1000억원에 근접한다는 점도 불안 요소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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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한양증권 사옥. / 한양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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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규모 구조조정 소문까지… 임직원은 동요

대주주 변경이라는 이슈를 만난 한양증권 내부 분위기는 어수선할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KCGI가 대규모 구조조정에 착수할 것이란 소문까지 나면서 임직원 동요가 한층 심해졌다. 통상 증권사는 기업금융(IB), 부동산 PF, 주식 트레이딩 등의 분야 담당자를 팀 단위로 계약해 쓰는 일이 많다. 새 주인 KCGI가 이들 계약직과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 방식으로 인력 감축에 나설 것이란 말이 돌았다.

KCGI 측은 구조조정 의혹을 부인했다. KCGI 고위 관계자는 “인위적인 구조조정 계획은 전혀 없다”며 “성과가 좋은 직원과 계약을 연장하고, 부진한 직원과 연장하지 않는 건 회사 인수와 무관하게 기업에서는 늘 있는 일”이라고 했다. 한양증권 측도 “(구조조정과 관련해) 어떤 이야기도 전달받은 게 없다”고 했다.

하지만 온갖 소문을 접해야 하는 임직원은 불안에 떨고 있다. 한 한양증권 직원은 “부서장만 바뀌어도 체감하는 변화가 큰 게 직장인인데, 지금은 회사 주인이 바뀌려고 한다”라며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태평하게 지낼 수 있는 직원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직원은 “원래도 이동이 잦은 업계인데 회사 공기가 뒤숭숭하다 보니 주변에 이직을 고려하는 동료가 제법 있다”고 했다.

전준범 기자(bbeo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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