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세액공제는 기업들이 부설 연구소나 R&D 전담 부서 운영에 사용한 비용을 법인세나 소득세에서 공제해주는 제도다. 지난해 4만3378곳이 총 4조6434억원의 공제 혜택을 받았다. 문제는 실제 연구는 하지 않으면서 세액공제만 챙기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일반적인 행태는 다른 회사의 연구 결과나 특허를 허위로 제출하는 경우다.
영업 등 다른 업무 담당 직원을 연구 전담 인력으로 속이는 사례도 많다. 심지어 연구소 간판을 내걸고 리딩방을 운영하며 투자자들에게 수천만 원의 자문료를 챙기고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고소당한 업체도 있었다. 정부 지원을 받게 해주겠다며 부정행위를 부추기는 R&D 브로커도 난립 중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R&D 인력의 재직 여부 확인이나 연구 결과 검증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기업 부설 연구소 관리는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맡고 있는데 직원 41명인 이 조직이 관리해야 하는 기업 연구소는 8만곳에 육박한다. 부정행위가 적발돼 연구소 설립이 취소되더라도 1년 후면 재설립이 가능한 것도 문제다. 산기협은 매년 4000곳이 넘는 연구소를 직권취소하는데, 직권취소 후 재설립된 연구소는 2022년 621곳, 2023년 564곳이다.
미래 성장 동력 확보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R&D 세액공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지정 단계부터 관리까지 빈틈이 없어야 한다. 현장 실사와 사후 평가를 강화하고 심사 인력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 엄정한 처벌과 철저한 추징으로 유령 연구소에 철퇴를 가해야 하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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