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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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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북한, 우크라 전쟁 참전… 러시아 군함으로 특수부대 수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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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러시아를 돕고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규모 파병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2년 전쟁 발발 직후 포탄과 탄도미사일을 보냈던 북한이 파병에 나서면서 북·러 밀월이 한층 강화되는 모양새다.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지난 8일부터 러시아 파병을 위한 특수부대 병력 이동을 시작했다고 18일 밝혔다.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파병을 공식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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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9월 13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무력훈련기지를 현지 시찰하고 전투원들의 훈련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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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은 지난 8월 초 북한 미사일 개발의 핵심인 김정식 노동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이 수십 명의 북한군 장교와 함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선 인근의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장을 방문, 현지 지도를 하는 정황을 포착했다.

이후 국정원은 북한군의 동향을 밀착 감시하던 중 북한이 지난 8∼13일 러시아 해군 수송함을 통해 북한 특수부대를 러시아 지역으로 수송하는 것을 포착, 북한군의 참전 개시를 확인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러시아 태평양함대 소속 상륙함 4척 및 호위함 3척이 같은 기간 북한 청진·함흥·무수단 인근 지역에서 북한 특수부대 1500여명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1차로 옮겼고, 조만간 2차 수송이 진행될 예정이다.

러시아 해군의 북한 해역 진입은 1990년 이후 처음이다.

러시아 공군 소속 AN-124 등 대형 수송기도 블라디보스토크와 평양을 수시로 오가고 있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 군인들은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우수리스크·하바롭스크·블라고베셴스크 등에 분산되어 러시아 군부대에 주둔 중이며, 적응 훈련을 마치는 대로 전선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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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특수전부대원들이 지난 9월 11일 사격훈련을 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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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11일과 이달 2일 파병에 앞서 특수전 부대를 2차례 참관했다.

러시아로 간 북한군은 러시아 군복과 무기를 지급 받았으며, 북한인과 유사한 용모의 시베리아 야쿠티야·부라티야 지역 주민 위조 신분증도 발급받았다. 참전 사실을 숨기고자 러시아군으로 위장한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북한이 지난해 8월 이후 현재까지 70여 차례에 걸쳐 1만3000여개 이상 컨테이너 분량의 포탄·미사일·대전차로켓 등을 러시아에 지원한 것으로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국방정보총국이 전장에서 수거한 북한산 무기를 확인한 결과 북한이 러시아에 지원한 무기는 122·152㎜ 포탄, 불새-4 대전차 미사일,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 RPG 대전차 로켓 등이었다.

그간 북한과 러시아를 오간 화물선에 선적됐던 컨테이너 규모를 감안하면 지금까지 포탄 등 총 800여만발이 러시아에 지원된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북한이 러시아에 지원한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수도 키이우 등 주요 도시 공격에 활용됐으며, 이로 인해 상당수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다만 우크라 정보당국은 다수의 북한제 무기들이 불량률이 높고 정확도가 낮아 정밀 타격용보다는 전선 유지 목적의 물량 공세용으로 쓰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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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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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별도로 국정원은 최근 우크라이나 정보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활동 중인 것으로 보이는 북한군 추정 인물의 사진을 확보했다.

해당 인물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지역 인근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장에서 러시아군 복장으로 러시아 군인과 사진을 찍었다.

국정원이 자체 AI 안면인식 기술에 적용한 결과, 해당 인물은 지난해 8월 김 위원장이 전술미사일 생산공장을 방문했을 당시 수행한 북한군 미사일 기술자로 확인됐다.

국정원은 “북한군 미사일 기술자들은 북한제 미사일의 발사를 지원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기술적 문제점 확인 및 추가 기술 확보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북한 전투병의 러시아 파병에 따른 긴급 안보회의를 주재했다.

국가안보실과 국방부, 국가정보원 핵심 관계자들이 참석한 회의에서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및 우크라이나 참전이 우리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점검했으며, 향후 대응 방안도 논의됐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회의 참석자들은 최근 북한군의 러시아 이동과 러시아에 대한 전쟁 지원 정보를 공유했다. 러·북 군사 관계 밀착이 군수물자 지원을 넘어 실질적 파병으로 이어진 현 상황이 한국과 국제사회를 향한 중대한 안보 위협이라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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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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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은 “윤석열정부는 우방국들과의 공조 하에 북한의 러시아 파병 동태를 초기부터 면밀히 추적해왔으며 향후에도 관련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며 필요한 조치들을 적극적으로 강구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가하고 있다는 소식은 외신을 통해 지속적으로 전해져왔다. 전쟁 이후 60만명의 사상자를 낸 러시아군은 병력 충원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 포스트는 지난 4일 “도네츠크 인근의 러시아 점령 지역에서 미사일 공격을 받아 북한 장교 6명을 포함한 20명 이상의 군인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측은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에 있다는 것을 부인했지만, 영국 BBC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러시아 극동 지역 군 소식통을 인용해 “다수 북한인이 러시아에 도착했으며, 블라디보스토크 북쪽의 우수리스크 인근 군사기지 중 한곳에 주둔하고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매체들은 북한이 러시아에 1만명을 파병했으며, 이 중 3000여 명이 러시아군 정예 공수 여단에 배속돼 훈련받고 있다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우리 정보 당국에 따르면 지상군, 기술자 등 여러 종류의 인력을 모두 합해 북한이 러시아를 돕기 위해 총 1만명을 준비시키고 있다”며 “일부 장교는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에 배치됐다”고 말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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