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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1 (월)

한동훈, 김건희 특검 안 된다지만…당 안팎 “특검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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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8일 오전 전남 곡성군 곡성기차마을전통시장에서 상인들에게 낙선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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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차담’ 의제 핵심은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규명을 위해 한 대표가 어떤 요구를 할 것인지다. 검찰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무혐의 처분이 거센 역풍을 부르며 ‘김건희 특검법’ 도입 여론이 63%(18일 한국갤럽 발표)에 이르지만, 한 대표는 ‘특검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수용 여부와 상관없이 한 대표 요구 수준 자체가 그간 공언했던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을 가능성이 큰데, 이럴 경우 ‘정치인 한동훈’의 거듭된 차별화 시도에도 회의적 시선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검 아니면 무엇을 요구하나





한 대표는 지난 17일 김 여사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실 인적 쇄신 △대외활동 중단 △의혹 규명 절차 협조 등 3대 요구안을 내놓았다. 김 여사 관련 악재 등으로 고전이 예상됐던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낙승한 직후였다.



이날 나온 검찰의 주가 조작 사건 불기소 결정이 일찌감치 예고됐던 만큼, 한 대표가 언급한 ‘의혹 규명 절차’가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요구하는 김건희 특검법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말이 친윤석열계 쪽에서 나왔다. 검찰 불기소 결정 이후 수사를 통한 김 여사 의혹 규명 절차는 특별검사 임명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용산 대통령실을 압박하는 3대 요구안을 내놓은 뒤 ‘필요한 절차’가 무엇인지는 함구하고 있다. 다만 특검법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지난 18일 민주당이 세번째 발의한 김건희 특검법을 두고 그는 “저런 행태에 국민들이 비판할 것” “거부될 것을 알면서 가능성·현실성 없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검찰 수사가 끝났으니 특검법을 막을 명분이 없다’는 지적에는 “제가 국민의 불만, 걱정,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말씀드리고 있지 않나”라고 했다. 특검법이 아닌 3대 요구안으로 충분하다는 취지다.



친한동훈계에서는 ‘의혹 규명에 필요한 절차’로 특별감찰관 임명 정도를 거론한다.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지난 18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대통령실 내부 조사 필요성을 언급하며 “윤-한 회동이 이뤄지면 특별감찰관 임명 문제도 얘기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당선 직후 특별감찰관 폐지를 검토하다 김 여사와 장모 최은순씨 의혹 논란에 ‘여야 추천 합의’로 입장을 선회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유보적 태도를 취하는 북한인권재단 이사 임명을 특별감찰관 추천 전제로 내걸어왔다.



민주당 또는 국민의힘이 양보해 특별감찰관 임명 물꼬를 트더라도, 이는 한 대표가 강조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의혹 규명 수단이 될 수 없다. 주가 조작 의혹, 공천 개입 의혹은 특별감찰관이 감당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니다. 특별감찰관은 감찰 대상자의 비위 행위 확인을 위한 ‘협조·지원 요청’ ‘자료 제출 요구’ 등만 가능하다. 강제조사 권한이 없어 ‘진상 규명’이 아닌 ‘초벌 검토’ 차원으로 봐야 한다. 설령 범죄 혐의를 발견하더라도 특별감찰관법에 따라 검찰총장에게 고발·수사의뢰해야 한다. 김 여사 봐주기 후폭풍으로 검찰총장 탄핵소추가 추진되는 상황에서 다시 윤석열 정부 검찰총장 손에 판단을 맡기는 상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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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부산·울산·경남 광역자치단체장과의 만찬에 앞서 박형준 부산시장(가운데),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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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제2부속실 복원’ 성의?





대통령실은 가뜩이나 부정적인 여론과 바닥 수준 국정 지지도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 안팎 기류를 보면, 3대 요구를 마냥 거부하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낮은 수위의 성의’를 순차적으로 표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가 말한 대통령실 인적 쇄신은 ‘김건희 라인’ 청산을 의미한다. 이에 대통령실은 “인사는 대통령 고유 권한”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내비쳐왔다. 다만 당장은 아니어도 대통령실 개편이 있을 때 이른바 ‘칠상시’로 불리는 김 여사 라인에 대한 일부 조정이 있을 수 있다.



한 대표는 김 여사 대외활동 중단과 관련해 ‘대선 당시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김 여사는 2021년 12월 학력위조 등과 관련한 사과 기자회견에서 “조용한 내조”를 약속했다. 대외활동 중단 요구는 마포대교 순시 소동 같은 김 여사 개인이 중심이 된 대외활동은 중단하고, 불가피한 국가·외교 행사 등에 국한해 윤 대통령 동반 활동을 하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대외활동 중단이 아닌, 10월 말 또는 11월 초로 예상되는 제2부속실 설치로 여론을 설득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윤 대통령이 취임하며 폐지했던 제2부속실 복원은 김 여사 의혹 규명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남은 임기 동안 김 여사 대외활동을 공식 계통에서 관리한다는 의미에 불과하다.







“특검 아니면 정권 정당성 무너진다”





한 대표는 2022년 5월 법무부 장관 임명 직후 대통령 친·인척 수사와 관련한 질문에 “수사기관이 독립적으로 수사할 시스템은 갖췄고, 의지의 문제”라고 말한 바 있다. 그랬던 한 대표가 2년여 만에, 검찰의 불기소 결정에도 김건희 특검법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태도다.



이에 김윤덕 민주당 사무총장은 20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김건희 여사 불기소 결정으로 대한민국 검찰은 사망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면담에서 사과나 어설픈 제스처로 어물쩍 넘어가서는 안 된다. 한 대표는 특검을 강력히 요구하고, 윤 대통령은 거기에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사무총장은 “김건희 여사 사과나 제2부속실 설치, 일부 인사 경질이 아닌, 한 대표가 주장했던 내용들을 회담에서 정확히 피력하고, 윤 대통령이 답을 정확히 하는 것이 핵심 의제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건희 심판본부’를 꾸린 민주당은 3차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을 염두에 두고 국정감사 이후 국정조사 카드도 검토하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보수층을 포함해 많은 국민이 디올백·주가조작에 대한 검찰 불기소를 비판하고 김건희 특검법을 찬성한다. 이 무서운 민심을 거역한다면 정권의 정당성이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 전 의원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문재인 정권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하고 45년 징역형을 구형한 주역이다. 김건희 여사 사건을 연달아 불기소한 것이 얼마나 낯 뜨거운 내로남불인지 평생 검사였던 두 사람은 너무 잘 알 것”이라며 “대통령과 김 여사 사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김건희 특검법을 결단해야 한다”고 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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