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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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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도바, EU 가입 국민투표서 ‘반대’ 우세…친서방 집권 세력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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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마이아 산두 몰도바 대통령이 20일 수도 키시나우에서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키시나우/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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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몰도바에서 20일(현지시각) 치러진 유럽연합(EU) 가입 국민투표에서 반대가 우세하게 나와, 친서방 집권 세력이 반발하고 있다. 같이 치러진 대선에서도 친서방 현 대통령이 예상보다 적은 득표를 얻어, 결선투표를 치르게 됐다.



이날 치러진 유럽연합 가입 국민투표에서 92%가 개표된 가운데 52%가 반대, 47%가 찬성으로 나타났다. 대선에서는 마이아 산두 대통령이 38%로 1위를 했으나, 당선에 필요한 50% 득표에 못 미쳤다. 경쟁자인 친러시아 성향의 사회주의당 후보 알렉산드르 스토이아노글로 전 검찰총장이 28%로 2위를 해서, 산두 대통령과 다음달 3일 결선투표를 치르게 됐다.



이번 국민투표는 헌법에 유럽연합 가입 명기 여부를 묻는 것이다. 현 정부 등 친서방 세력들은 유럽 쪽으로 이민 간 몰도바 주민들의 투표가 아직 개표되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가 뒤집힐 수 있다고 주장하며 기대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전쟁이 벌어지는 우크라이나와 접경한 몰도바의 이번 투표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의 관계와 영향력을 가늠하는 척도로 주목돼 왔다.



산두 대통령은 이런 개표 결과와 관련한 성명에서 외부 개입으로 인한 “전례 없는 공격”이 몰도바 민주주의에 가해졌다고 비난했다. 그는 몰도바의 이익에 적대적인 외국 세력과 같이 일하는 범죄 단체들이 30만표를 매수하려고 했다는 “명확한 증거”가 있다며 “전례 없는 규모의 부정”이라고 주장했다.



산두의 친서방 정부는 이번 선거에서 러시아로 망명한 친러 성향의 재벌 일란 쇼르가 매표 공작을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몰도바 경찰은 궐석재판에서 이미 사기와 절도로 징역형을 받은 쇼르를 적어도 13만표를 매표하려 한 혐의를 제기하고 있다. 쇼르는 21일 소셜미디어에서 몰도바 국민들이 유럽연합 가입에 반대했다며, “오늘 여러분을 축하한다”, “마이아 당신은 전투에서 졌다”고 밝혔다.



대선에서는 출마한 후보 중 적어도 5명이 국민투표가 이번 대선에서 산두의 당선 가능성을 높이려는 계략이라며, 거부나 반대를 주장했다. 대선에서 2위를 한 스토이아노글로는 국민투표 거부를 주장했고, 자신이 당선되면 유럽연합, 러시아, 중국과의 관계를 증진할 것으로 밝혔다. 대선 1차 투표에서 산두가 저조한 득표를 해서, 결선투표에서도 승리할지가 불투명해졌다.



1991년 소련이 해체되면서 독립한 몰도바는 그 이후 친러 정권과 친서방 정권이 번갈아 들어서 왔다. 산두 현 대통령은 몰도바 독립 이후 가장 강경한 친서방 정권으로 유럽연합 가입을 강력히 추진해왔다.



러시아가 자신을 타도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비난해온 산두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로부터 가스 수입을 줄이면서 탈러시아 행보를 확대해왔다. 산두 대통령은 2030년까지 몰도바의 유럽연합 가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산두 대통령이 근거없는 러시아 혐오증을 보이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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