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성장해오던 양사 관계가 틀어지게 된 계기는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구매 사업에서 발생했다. KDDX 사업은 두 회사 간 감정적 대립과 소송전에 밀려 아직 시작도 하지 못한 상태다.
2020년 불거진 군사기밀 유출이 그 단초였다. HD현대중공업과 당시 대우조선해양 사이에 'KDDX 개념설계 유출' 사건이 일어났는데, 방위사업청의 사건 처리에 반발이 나오는 와중에 한화오션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것이다.
당초 KDDX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맡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후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업체 선정도 관행대로 기본설계를 수행한 회사가 수의계약 방식으로 낙점받아야 한다는 게 HD현대중공업의 주장이다. 이에 반해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이 군사기밀 유출로 보안 감점을 받았기 때문에 KDDX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업체는 경쟁입찰로 선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을 기밀 유출 사건으로 경찰에 고소했고,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을 명예훼손으로 맞고소했다.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한화와 현대중공업 간 협력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우선 KDDX라는 매듭이 풀려야 한다"면서 "양대 회사가 이렇게 틀어져 있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방위사업청은 소송전에 휘말려 표류하고 있는 KDDX 사업 문제의 쟁점을 정리하기 위해 이르면 다음달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 관련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국내 방산업체 간 갈등과 반목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문제만이 아니다. 국산 방공체계 '천궁-Ⅱ'를 둘러싸고 LIG넥스원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 간에도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다. '천궁-Ⅱ'는 이미 이라크와 수출 계약을 체결했지만 체계업체인 LIG넥스원과 협력업체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이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진통이 이어져 정식 계약이 미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일단 천궁-Ⅱ의 첫 번째 제품 납기와 가격을 두고 양사는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화 측은 LIG넥스원이 납기와 가격에 대한 사전 합의 없이 이라크와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한다. 반면 LIG넥스원은 계약을 앞두고 한화 측에 검토를 요청했지만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안두원 기자 /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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