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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속에서 여러 차례 생사의 고비를 넘겼던 한 가자지구 청년이 안전하리라 믿었던 난민촌에서 산 채로 불에 타 죽는 모습이 공개되며 공분을 사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대학생이었던 샤반 알달루(19·사진)는 지난 14일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의 알아크사 순교자 병원 터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 이후 일어난 불에 타 숨졌다. 그가 몸에 불이 붙은 채로 팔을 흔드는 모습이 영상으로 남겨져 전 세계로 확산했다.

알달루가 숨진 날은 그의 20번째 생일 하루 전이었다. 그는 전쟁 이전까지 가자시티 알하즈아르대학에서 소프트웨어 공학을 공부했으며 1등을 차지하기도 한 학생이었다. 해외에서 소프트웨어 분야 박사학위를 따길 희망하기도 했다. 한때 의사가 되길 원하기도 했으나 학비를 부담할 수 없어 포기했다.

그러나 전쟁이 일어나며 모든 것이 파괴되었다. 지난 14일 이스라엘은 하마스 지휘센터를 노리고 병원 부지를 공습했으며, 그 후에 발생한 화재는 아마 2차 폭발로 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불길은 병원 주차장에 머물던 피란민 텐트로 번졌고 알달루의 가족도 화를 면하지 못했다. 알달루의 부친 아메드는 가족을 구하기 위해 텐트로 뛰어들어 더 어린 딸과 아들을 구해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알달루와 그의 어머니는 불을 피하지 못했다. 아메드는 “그가 앉아서 기도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들을 향해 미안하다, 용서해달라고 소리쳤다”고 말했다. 알달루의 모친도 함께 숨졌다.

생전 알달루는 가족과 함께 가자지구에서 탈출하기 위해 애썼다고 전해졌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쟁을 멈춰달라는 호소문을 올리고, 피란 현장을 담은 영상을 게시하며, 탈출하는 데 쓸 돈을 모으기 위해 온라인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GoFundMe)’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우리를 향해 마음을 여세요. 저는 19세이고 꿈을 포기했습니다. 다시 찾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라고 적었다.

이를 통해 탈출 자금을 2만달러 넘게 모았으나 이스라엘이 지난 5월부터 이집트로 통하는 라파 검문소를 폐쇄하면서 끝내 탈출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점점 희망을 잃고 “친구나 가족들처럼 순교하고 싶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고 알달루의 친지는 전했다.

알달루는 사망 열흘 전 26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스라엘의 이슬람 사원 공격에서 부상을 입고도 목숨을 건졌으나 결국은 불 속에서 목숨을 잃었다.

알달루가 숨지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가자지구의 참상을 또다시 확인시켜주면서 이스라엘의 최우방인 미국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지난 16일 성명에서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병원 근처에서 작전을 수행했더라도 민간인 사상을 피하고자 가능한 모든 조처를 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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