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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 (화)

[단독] 경기교육청 “유해도서 제거” 공문에, 한강 작품 열람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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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의 대표작 ‘채식주의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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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54)의 대표작 ‘채식주의자’가 경기도교육청의 자율 지침에 의해 도내 한 고등학교에서 청소년 유해 도서로 폐기된 것에 이어 중학교 두 곳에선 열람 제한된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을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받은 ‘2024학년도 학교 도서관 운영위원회 운영 현황’ 자료를 보면, 올해 경기 용인의 한 공립중학교와 여주의 한 여자중학교에서 ‘채식주의자’를 열람 제한했다. 또 성남의 한 여고는 ‘채식주의자’를 폐기한 이유로 “음란한 자태를 지나치게 묘사한 것, 성행위 ·성관계를 조장하는 것” 등을 꼽은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많은 학교에서 폐기와 열람 제한 조치를 받은 책은 성교육 책인 ‘생리를 시작한 너에게’(153개교)로, 2020년 호주출판상(ABIA)에서 올해의 청소년책으로 선정된 바 있다. 이어 ‘성교육 상식사전’(132개교), ‘자꾸 마음이 끌린다면’(106개교), ‘어린이 페미니즘 학교’(98개교), ‘스파이더맨 가방을 멘 아이’(87개교) 등의 순이었다. 또한 구성애 아우성센터 소장이 집필한 도서가 186개교에서 폐기·열람 제한 처분을 받았다. 대부분은 성교육·페미니즘 도서였으나 최진영의 ‘구의 증명’(3개교), 정유정의 ‘종의 기원’(1개교),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자들의 도시’(1개교) 등 유명 문학작품도 있었다. 이처럼 경기도 초·중·고교에서 폐기된 도서는 2517권, 열람이 제한된 도서는 3340권에 달했다.



앞서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청소년 유해도서를 분리·제거해달라’는 내용의 보수 성향 학부모 단체 민원을 접수하고, 같은 해 9∼11월 교육지원청에 “부적절한 논란 내용이 포함된 도서에 대해 협의해 조치하라”는 공문을 두차례 보낸 바 있다. 공문에는 청소년 유해매체물 심의 기준, 보수 성향 학부모 단체의 주장을 담은 보도가 함께 담겼다. 이를 두고 경기도교육청은 도서의 폐기 등은 각 학교가 운영위원회를 열어 자율적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고상균 남다른성교육연구소 소장은 “유해 도서라며 민원을 넣는 이들이 해당 도서에 대한 이해가 있는지 확인하고 설득하는 과정 없이 이런 공문을 보낸 것은 관공서가 책임을 방기한 것”이라며 “단순히 성관계 장면이 있다고 선정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청소년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22일 열리는 경기도교육청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질타할 예정이다. 정을호 민주당 의원은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의 시대착오적인 도서 검열로 노벨문학상 작가의 도서가 폐기와 열람 제한 처분을 당하고 있다”며 “일부 보수 세력에 의해 편향된 교육 현장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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