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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 (화)

나무집 줄까, 시멘트집 줄까…‘멸종위기’ 펭귄 위한 인간의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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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인공둥지가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해있는 아프리카펭귄의 번식률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버드 아일랜드에 설치된 인공둥지를 활용하고 있는 펭귄의 모습. 로리엔 피체그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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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동물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신비롭고 경이롭습니다. 한겨레 동물전문매체 애니멀피플의 댕기자가 신기한 동물 세계에 대한 ‘깨알 질문’에 대한 답을 전문가 의견과 참고 자료를 종합해 전해드립니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동물 버전 ‘댕기자의 애피랩’은 격주 화요일 오후 2시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궁금한 점은 언제든 animalpeople@hani.co.kr로 보내주세요!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연재 구독하기)





Q. 멸종위기 동물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펭귄이 떠오릅니다. 서식지 파괴나 먹이 부족, 기후변화 등 주로 인간의 활동이 펭귄의 생존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봤는데요, 그럼 인간이 펭귄을 돕기 위해 벌이는 활동도 있나요?





A. 자이언트판다, 북극곰, 고래 그리고 펭귄은 국제환경단체·매체의 로고로 쓰일 정도로 야생동물의 멸종위기를 상징하는 동물이죠. 실제로 지구 상에 살고 있는 18종의 펭귄 가운데 5종이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정한 멸종위기등급 ‘위기’나 ‘취약’ 동물입니다.



펭귄이라고 하면 대부분 남극에 서식하는 황제펭귄, 아델리펭귄, 젠투펭귄 등을 먼저 떠올리게 되지만, 실제로는 페루·칠레·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와 남아프리카공화국·나미비아 등 아프리카에도 여러 종의 펭귄이 살고 있습니다. 특히 아프리카대륙에 서식하는 유일한 펭귄 종인 ‘아프리카펭귄’은 펭귄들 가운데서도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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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스펭귄’이라고도 불리는 아프리카펭귄은 1900년대 이후 개체 수가 90%이상 감소해 심각한 멸종위기에 놓여있다. 위키피디아코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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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음소리가 당나귀와 비슷하다고 해서 ‘자카스펭귄(Jackass Penguin)’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아프리카펭귄은 1900년대 이후 개체 수가 97% 감소했습니다. ‘남아프리카 해양조류보호재단’(SANCCOB)의 집계를 보면, 1900년대 초만 해도 남아프리카공화국에는 약 100만 쌍의 펭귄이 살고 있었으나, 현재는 그 수가 8750쌍으로 급감한 상태입니다. 과학자들은 펭귄의 개체 수가 매년 약 8%씩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했는데요, 이 단체의 연구원인 알리스테어 맥이니스 박사는 “현재 감소세가 지속한다면 2035년에는 아프리카펭귄이 완전히 멸종할 것”이라고 지난 5월 영국 비비시에 말했습니다.





해양환경단체와 과학자들은 아프리카펭귄의 감소 원인을 인간의 남획과 서식지 파괴, 기름 유출 사고 등으로 설명합니다. 펭귄의 주요 먹이인 정어리와 멸치가 상업적 어업과 기후변화로 감소한 데다 2000년 6월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해안에서 유조선이 침몰하며 1300톤의 기름이 유출돼 4만 마리 이상의 펭귄이 피해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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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스펭귄’이라고도 불리는 아프리카펭귄은 1900년대 이후 개체 수가 90%이상 감소해 심각한 멸종위기에 놓여있다. 위키피디아코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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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과거 펭귄들이 둥지로 활용하던 ‘구아노’를 인간들이 비료 원료로 채취하면서 펭귄들은 ‘전통적인 둥지’도 잃어버리게 됐습니다. 구아노는 바닷새의 배설물이 수백 년 동안 쌓여 응고된 것으로 펭귄들은 이곳에 굴을 파서 알을 낳아왔습니다. 구아노가 사라지자 펭귄들은 개방된 공간에 둥지를 만들 수밖에 없었는데요, 알이 포식자와 뜨거운 햇볕에 노출되면서 제대로 부화하면서 번식률이 떨어지게 된 것입니다.





급격하게 줄어드는 펭귄을 보호하기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는 지난 2008년부터 펭귄의 주요 서식지인 섬 4곳 주변 바다에서 3년씩 번갈아 가며 조업을 금지하는 ‘섬 폐쇄 조치’를 취했고, 그 결과 펭귄 개체 수는 매년 1~1.5%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해마다 전체 개체 수가 5~10%씩 줄고 있기 때문에 펭귄의 멸종을 막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 남아프리카 해양조류보호재단 등 환경단체들의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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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펭귄 주요 서식지 8곳에 설치된 다양한 인공둥지들. 차례대로 로벤섬에 설치된 소나무 둥지(a), 볼더해변에 설치된 시멘트 둥지(b), 버드 아일랜드의 시멘트 둥지(c), 설치 전 섬유 유리 둥지(d), 이중도기 둥지(e)와 개방된 공간에 펭귄이 만든 둥지(f, g), 자연둥지(h). 로리엔 피체그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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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창의적인 시도가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바로 구아노를 대체할 인공둥지를 개발한 것입니다. 지난 17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영국의 전문가들이 지난 14년 동안 아프리카펭귄 주요 서식지 8곳에 설치된 인공둥지와 자연둥를 관찰한 결과, 인공둥지가 자연 둥지보다 번식률이 16.5%p 이상 높았다고 보도했습니다.



기사를 보면, 인공둥지는 시멘트·소나무·섬유 유리·이중 도기(세라믹) 등 총 4종류로 만들어졌습니다. 둥지들 가운데서는 가장 최신 유형인 이중도기가 번식률이 가장 높았는데요, 서식지별로 효과는 조금씩 달랐습니다.



이번 연구의 주저자인 로리엔 피체그루 넬슨만델라대 수석 연구원은 “자연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면서 “섬유 유리 둥지가 어느 곳에서는 유용했지만 ‘버드 아일랜드’처럼 그늘이나 나무가 없는 특정 서식지에서는 장치가 너무 달궈져 펭귄의 알이 익는 부작용이 있어났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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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둥지를 이용 중인 펭귄. 리처드 셜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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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이런 곳에는 둥지가 양쪽으로 열려 있어서 바람이 잘 통하는 시멘트 둥지가 번식에 더 효과적이었고, 괭이갈매기 등 포식자가 있는 서식지의 경우에는 알을 보호할 수 있는 폐쇄형 유리섬유나 이중도기 둥지가 번식 성공률이 높았다고 합니다.



피체그루 연구원은 “인공둥지가 펭귄 번식성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희망적인 결과”라며 “이제 서식지마다 적합한 둥지를 설치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먹이 부족과 석유 유출 등의 문제가 여전함을 지적하면서 “주요 서식지 주변을 어업 금지구역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비록 인간이 먹이와 둥지를 앗아가며 멸종위기에 처하게 되었지만, 조금이라도 만회할 기회가 생겼다는 것은 인간에게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인용 자료
Ecological Solutions and Evidence: doi.org/10.1002/2688-8319.12388
The Wahington Post, Artificial nests can help endangered penguins breed, but design matters
BBC, The fight to save the African penguin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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