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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 (화)

22년차 배우 심은경 “난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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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영화 ‘더 킬러스’로 6년 만에 국내 스크린에 복귀한 배우 심은경. 스튜디오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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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그는 자신이 “뭐라도 된 것처럼” 대단한 배우라고 생각했다. 주변에서 쏟아지는 “연기 천재” 칭찬을 들으며 “나는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9살 때 드라마 ‘대장금’(2003)으로 데뷔해 영화 ‘수상한 그녀’(2014)까지 10대 시절을 성공과 칭찬으로만 보냈으니, 유난한 자만심도 아니었을 터이다.



그랬던 그에게도 20대로 넘어간 어느 순간 연기에 대한 고민과 함께 절망감이 찾아왔다. 2018년 훌쩍 일본으로 떠났다. “대본을 처음부터 끝까지 통째로 외우는” 외국어 연기에 도전했다. 영화 ‘신문기자’로 2020년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인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이후 일본 영화와 드라마에서 바쁘게 활동하며 올해로 30살인 그가 6년 만에 한국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오랜만의 복귀작으로 상업영화 대신 저예산 앤솔로지 영화 ‘더 킬러스’를 선택한 배우 심은경을 21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새로운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갈망이 컸어요. 각기 다른 장르의 6편을 한번에 할 수 있다니 완전히 기뻤죠. 뱀파이어도 해보고 싶었고, 에스에프(SF)도 첫 도전이고. 해보고 싶었던 걸 성인이 돼서 처음 선보이는 거 같아서 개봉을 앞두고 더 긴장됩니다.”



이명세 감독이 주도해 장항준, 노덕, 김종관, 윤유경, 조성환 등 서울예술대학교 출신 감독 6명이 참여한 ‘더 킬러스’는 동명의 헤밍웨이 소설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한 각각 30분 분량의 단편을 엮었다. 23일 개봉 때는 이명세·장항준·노덕·김종관 네 감독 작품만 먼저 선보인다.



처음 심은경이 출연 제안받은 건 이명세 감독의 ‘무성영화’였다. 몇몇 다른 감독들도 그에게 제안했다. 결국 전체 감독들이 논의해 심은경을 단편들 전체를 관통하는 연결고리로 삼기로 했다. “10대 때 이명세 감독의 ‘엠’(M)을 보고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새롭다는 느낌을 받았고, 이런 영화를 찍어보고 싶었는데, 감독님 연락이 와서 무조건 하겠다고 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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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킬러스’ 중 ‘무성영화’. 스튜디오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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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 없이 내레이션만 있고, 모든 액션 동작이 안무처럼 꽉 짜인 ‘무성영화’를 찍으며 그는 “지금까지 연기를 대하는 방식이 완전히 깨지는 충격적인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감독님은 리허설을 굉장히 중요시하는데 그때 모든 게 완벽하게 짜여 있어야 해요. 전에는 촬영 현장 갈 때 날것 같은 감정을 살리기 위해 일부러 연습을 안하고 가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러면서도 이게 맞나 의구심이 들 때쯤 ‘더 킬러스’를 만난 거예요. 어떤 절충이나 타협 없이 감독님이 만들어놓은 세계관에 들어가기 위해 연습을 많이 했어요. 연습만이 살길이라는 깨달음을 다시 한번 얻게 됐죠.”



그는 5년간의 일본 활동이 “잊고 있던 걸 다시 느끼면서 성장의 계기가 됐다”고 했다. “활동 초반에 일본어 대본과 번역본을 번갈아 보면서 종일 소리 내 읽기만 반복했어요. 12살 때 읽고 또 읽으면서 너덜너덜해진 ‘황진이’ 대본을 아직 가지고 있어요. 어릴 때 했던 걸 일본에서 다시 하며 ‘아, 그래, 이거였지!’ 싶었죠.” 그때의 새로움을 몇년 만에 다시 느낀 게 이명세 감독과의 이번 작업이었다.



22년차 ‘중견’ 배우로서의 강점을 물으니 그는 “어릴 때는 강점이 있다고 생각했고, 늘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다짐이 있었는데, 그게 내 발목을 잡았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더 킬러스’를 하면서 ‘연습을 죽어라 해야 그나마 이렇게 표현이 되는구나. 겨우 한발짝 나갈 수 있는 거구나’ 느꼈어요. 나는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이라는 걸 이제야 알게 된 것 같아요.”



최근 김종관 감독의 신작 장편 촬영도 마친 심은경은 “한국과 일본 활동을 구분하지 않고 발길 닿는 대로 좋은 작품을 찾아가고 싶다”며 “일본 아닌 다른 나라의 제안도 마다할 생각이 없다”는 꿈을 밝혔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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