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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 (수)

[사설]韓-中 첫 배터리 특허 소송… 첨단기술 유출 방파제 높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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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이 배터리 양극재를 만드는 중국 기업 룽바이의 한국 자회사를 상대로 최근 서울중앙지법에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한다. 룽바이는 미국의 배터리 수입 규제를 우회하려고 한국에 자회사를 설립해 수출 전략 기지로 삼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LG화학이 특허를 보유한 양극재 제조 기술을 베껴 제품을 생산했다는 것이다. 글로벌 각축전이 치열한 배터리 산업에서 한국과 중국 기업 간의 특허 소송전이 본격화된 셈이다.

K배터리를 거세게 추격하는 중국 기업들의 특허 침해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3사의 특허를 해외 기업이 침해한 게 1000건이 넘는데, 대부분 중국 기업이라고 한다. 가성비를 앞세워 세계 시장을 잠식해 가는 중국 기업들이 한국의 독보적 기술을 노골적으로 베껴다 기술력까지 높이고 있는 것이다. 성장세가 꺾인 국내 배터리 산업에 심각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의 선도 기술을 탈취하려는 중국의 움직임은 배터리는 물론이고 반도체, 조선, 자동차, 방산 등 주력 산업에서 전방위로 이뤄지고 있다. SK하이닉스에서 근무하던 중국 국적 직원이 반도체 핵심 기술을 화웨이에 유출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받고 있고,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설계도면을 빼돌려 중국에 복제 공장을 세우려 한 임원 등도 얼마 전 구속됐다. 최근엔 국내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건조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된 정황이 드러나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적발된 해외 기술 유출 시도만 97건이며 국내 기업들의 예상 피해액은 23조 원으로 추산된다. 이런데도 기술 유출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다. 미국, 대만 등이 핵심 기술 유출을 간첩죄에 준하는 수준으로 엄벌하는 것과 비교하면 경각심 자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기업들이 한국의 첨단 기술을 빼돌리는 걸 막지 못하면 주력 산업이 줄줄이 추월당하는 사태를 넘어 경제 안보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우리 기업이 피땀 흘려 개발한 첨단 기술을 도둑맞지 않도록 법과 제도의 방파제를 단단히 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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