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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 (수)

200억 들여 경포호에 인공분수 재추진…“생태계 악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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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경포호 인공분수 설치를 반대하는 시민모임이 23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포호수 분수 설치 사업을 중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시민모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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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시가 경포호에 대규모 인공분수를 설치하려고 하자 지역 주민들이 생태계 훼손이 우려된다며 반대 모임을 꾸리는 등 반발하고 나섰다. 인근 지자체인 속초에서는 영랑호를 가로지르는 길이 400m의 부교를 설치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동해안 석호를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경포호 인공분수 설치를 반대하는 시민모임은 23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릉시가 20여년 전에도 논란이 돼 중단된 경포호 대규모 인공분수 설치 사업을 재추진하고 있다. 사업 추진을 전면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경포호는 바다와 이어지는 넓이 125만6204㎡의 자연호수로, 겨울 철새도래지이며 자연보호지구로 지정돼 있다.



시민모임은 “자연 자체로서 가치가 큰 생태경관 자원인 석호에 인공구조물이 설치되면 이전 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 한번 사업이 진행되면 여러가지 개발 사업이 연쇄적으로 추진될 가능성도 커진다. 결국 수질을 개선하겠다는 의도와 상관없이 자연호로서의 가치와 기능이 훼손되고,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도 잃게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환경단체들은 인공분수가 설치될 장소가 겨울철에도 얼지 않아 경포호를 찾는 겨울철새들의 주요 먹이터라는 점, 또 인공분수 설치에 따른 퇴적물 분산 등 호수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공사기간 부유토사 발생과 생물 서식지 소멸 등의 환경오염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윤도현 강원영동생명의숲 사무국장은 “강릉시는 통반장 등 관조직을 동원해 주민동의서를 받고 있는데 거기엔 수질개선 사업이라는 단 두줄의 간단한 설명만 있을 뿐 정확한 판단 근거가 될 충분한 계획과 설명이 빠져있다. 대규모 인공분수 시설을 수질개선 사업이라고 둔갑시키고 구체적인 사업 내용을 공개하지도 않고 진행 중인 주민동의서 작성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겨레

강릉시가 경포호에 설치를 추진 중인 최고 분사 높이 150m 규모의 인공분수 조감도. 강릉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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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강릉시는 최근 들어 경포호의 생태계 교란 및 해수화 현상으로 고유의 생태 환경이 파괴되고 있는 만큼 수질을 개선하기 위한 인위적인 물 순환이 필요하다는 태도다. 이를 위해 강릉시는 200억~250억원을 들여 퇴적물을 제거한 뒤 분수 등 시설물을 설치할 계획이다. 분수는 길이 400m, 폭 70m, 최고 분사 높이 150m 규모로 낮에 하루 5차례, 저녁 시간에는 금요일과 토요일에만 1차례 가동된다.



강릉시 쪽은 “수질개선을 위한 용존산소 공급을 위해 수중폭기 및 분수시설 설치가 필요하다. 공사기간 환경오염 저감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며, 사업이 끝나면 경포호 가치 상승을 통한 관광객 증가·숙박률 상승으로 이어지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속초시가 2021년 11월 설치한 부교는 법원이 지난 7월 “영랑호의 수질 및 생태계 환경 회복을 위해 영랑호 생태탐방로 조성사업으로 설치된 부교를 철거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조처를 신속히 이행하라”고 결정하면서 추가 예산을 들여 철거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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