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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 (수)

러 침공 맞서…독-영, 사상 최초 ‘군사협력 협정’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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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영국 국방장관 존 힐리(오른쪽)가 20일(현지시각) 영국 동부지역 셋포드 근처 군훈련장에서 군 관계자와 이야기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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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과 영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으로 불거진 안보 불안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군사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독일과 영국 국방장관은 23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에서 ‘트리니티 하우스 협정’이란 이름의 양국 간 군사협력 협약에 서명한다. 서명 장소가 런던의 트리니티 하우스라서 이런 이름이 붙었으며, 두 나라 간 해상과 공중, 지상 안보협력 및 합동 군사훈련 강화, 무기 공동생산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존 힐리 영국 국방장관은 전날인 22일 발표한 성명에서 “트리니티 하우스 협정은 독일과의 관계에서 기념비적인 순간”이라며 “유럽안보를 강화하는 중대한 사건”이라고 의미를 강조했다. 독일 국방장관 보리스 피스토리우스도 성명에서 “영국과 독일은 더 긴밀히 협력하며 나아갈 것”이라며 “우리는 하늘과 지상, 바다, 사이버 영역에서 우리의 안보 역량을 늘려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틀에서 유럽 쪽이 담당해야 할 역할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차 대전에 싸웠던 영국과 독일은 전후 나토 안에서 군사 협력을 해왔지만, 이런 형태의 양자 간 군사협력 협정을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두 나라는 유럽에서 가장 많은 국방비를 지출하는 나라들이다.



이날 서명할 협정이 발효되면, 우선 독일 공군의 대잠 초계기 P-8 등이 스코틀랜드 영국 공군기지에 배치된다. 독일군의 P-8 초계기는 주기적으로 북대서양 해역을 순찰하며 러시아군 잠수함의 움직임을 추적 감시하는 구실을 할 계획이다. 두 나라는 이들 초계기의 활동으로 북해 해상 교역로와 해저 케이블의 보호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겨레

독일 국방장관 보리스 피스토리우스(왼쪽)가 19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국방장관 회의에서 이탈리아 국방장관 구이도 크로세토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두 나라는 장거리 정밀 타격 미사일 등 첨단 무기 공동개발도 계획하고 있다. 영국 당국자는 현재 영국군이 운용 중인 스톰섀도 미사일보다 더 정밀하고 더 멀리 날아가 타격할 수 있는 무기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톰섀도 미사일은 영국과 프랑스가 1994년 공동 개발한 항공기에서 발사하는 순항미사일로, 유효사거리는 550㎞로 알려졌다. 영국은 스톰섀도 미사일을 러시아군의 침략에 맞서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에 지원하고 있다.



전차포 생산으로 유명한 독일의 군수업체 라인메탈은 영국에 대포 포신을 생산하는 공장을 세워, 영국 현지에서 생산한 철을 이용해 무기를 만들 계획이다. 또 두 나라는 현대전의 새로운 핵심 전력으로 떠오른 첨단 드론의 개발에도 함께 힘을 모을 방침이다.



이번 두 나라의 협정은 다음달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러시아에 맞서 싸우는 나토 회원국들의 공동방어 규약이 흔들리고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불투명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영국 주재 독일대사 미구엘 버거는 영국 언론에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을 돌아보고 미국 의회와 행정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어보면 유럽에서 우리가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명백한 기대가 있다”며 “이것이 두 나라가 협력 확대를 통해 하려고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영국은 지난 2010년 프랑스와 국방협력 협약을 맺은 바 있다. 영국은 이번 협정과 관련한 성명에서 이 대목을 짚으며 “독일과의 이번 새 협정이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무력을 갖춘 나라들의 삼각 협정을 완성하게 될 것”이라고 의미를 새겼다. 영국은 이번 협약을 계기로 유럽연합(EU) 다른 회원국들과도 추가적인 안보 협력에 나서 2020년 브렉시트 이후 서먹해졌던 관계를 새롭게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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