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숲길 뚫고 미사일 기지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략미사일 기지를 시찰하기 위해 수풀 사이로 난 오솔길을 걸어가고 있다. 김 위원장 뒤로는 북한 미사일 개발 총책 격인 김정식 노동당 제1부부장의 모습도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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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 대통령 선거를 보름가량 앞두고 전략미사일 기지를 공개 시찰하며 핵무력을 과시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극초음속미사일 등 핵심 전략자산 기지를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미국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 역량을 의도적으로 드러내면서 차기 미국 정부를 향해 메시지를 발신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3일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전략미사일 기지를 방문해 준비 태세를 점검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전쟁 억제력에서 전략미사일 무력은 중추를 이루는 핵심 역량"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의 대북 압박을 거론하며 "전망적인 위협들도 핵무력의 철저한 대응태세를 엄격히 갖출 것을 절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북측은 김 위원장이 지하터널로 보이는 곳에서 핵·미사일 개발 총책인 김정식 노동당 제1부부장과 긴밀하게 대화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공개했다. 지하화된 전략미사일 기지를 통해 선제 핵타격은 물론 핵반격 역량도 갖췄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신문은 김 위원장이 기지에서 고체연료 기반 ICBM인 '화성-18형'과 극초음속미사일인 '화성-16나형'을 둘러보는 사진도 보도했다. 이들 미사일은 정상 각도로 발사하면 미국 본토 전역과 괌·오키나와 등 태평양의 미군기지와 항공모함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전력이다.

북한은 김 위원장의 전략미사일 기지 시찰 날짜 등 구체적인 정보는 밝히지 않았다. 한미 연합 감시자산이 김 위원장의 움직임을 역추적해 기지 위치를 특정하지 못하도록 정보를 제한한 셈이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고농축우라늄(HEU) 생산 시설을 처음으로 공개하며 핵탄두 생산능력을 부각시켰다. 이어 이번에는 핵탄두 투발수단인 전략미사일 기지까지 공개하며 미국 대선에 즈음해 차기 행정부의 대북정책 변화를 압박하는 수위를 높였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러시아 파병을 현실화하면서 자신들에 대한 위협이 가중될 수 있는 핵·미사일 실험보다는 기존 전략무기 기지를 공개해 대미 보복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한미가 자신들의 러시아 파병을 전력 공백이나 집중력 약화로 생각해 위협·공격을 가할 것에 대한 예비적 대응 행동 차원에서 전략미사일 기지를 공개했을 개연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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