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24 (목)

“성평등한 저출생 정책으로 패러다임 전환해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24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5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패널들이 ‘‘젠더 불평등’과 \'저출생\': 뒤얽힌 실타래를 풀 해법은 어디에 있을까’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낸시 폴브레 미국 매사추세츠대 명예교수(화면 속), 송다영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윤자영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정현백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사학과), 백경흔 여성학자, 최혜지 서울여대 사회복지학 교수.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한국의 저출생은 다양한 정책 실패가 중첩돼 발생했다. 노동시장, 부동산, 교육 등 하나의 원인으로 귀결되지 않는다. 복합적이다. 그 가운데서도 ‘실패’를 넘어 ‘실종’된 관점이 있다. 바로 성평등이다. 남성보다 평균 30% 적은 여성의 임금, 사회적 지위에서 성별 격차, 여전한 가부장적 사회 규범 등 성 불평등한 현실은 저출생에 영향을 미쳤다. “성평등한 저출생 정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2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15회 아시아미래포럼(주최 한겨레)에서 ‘젠더 불평등과 저출생, 뒤얽힌 실타래를 풀 해법은 어디에 있을까’란 주제로 원탁 논의가 진행됐다. 좌장은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냈던 정현백 성균관대 명예교수(사학과)가 맡았고, 윤자영 충남대 교수(경제학), 송다영 인천대 교수(사회복지학), 백경흔 이화여대 강사(여성학), 최혜지 서울여대 교수(사회복지학), 낸시 폴브레 미국 매사추세츠대 명예교수(경제학)가 패널로 참여했다. 이날 좌장과 패널 모두 여성으로 구성됐다.



성평등 관점이 빠진 일·가정 양립, 양육 지원 정책 등은 오히려 여성의 노동시장 불이익을 강화할 수 있다. 남성 중심의 장시간 유급노동은 그대로 둔 채 여성을 중심으로 일과 가정을 동시에 챙기도록 부담만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송다영 교수는 “여성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두 가지 트랙(경로)에서 악전고투를 벌인다. 노동시장에서 생존을 위해 결혼·출산을 기피하거나, (결혼했더라도) 출산 뒤 승진·임금 등에서 ‘모성 패널티(벌칙)’를 받는 것”이라면서 “이 부분에 대한 성평등 관점의 결합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짚었다.



성차별 구조를 공고하게 만드는 기업과 장시간 노동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윤자영 교수는 “법정 근로 시간을 단축하지 않으면서 육아휴직과 근로시간 단축 등 자녀가 있는 근로자 대상 정책이 관대해질수록, 여성이 돌봄의 책임을 전담하게 되고 기업에게 여성 채용 비용을 증가시켜 결과적으로 여성 고용을 회피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일하고 돌보느라 피곤한 일상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근로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의무를 기업이 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평등한 돌봄에 대한 요구도 이어졌다. 백경흔 강사는 “성평등이 달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육아휴직이 관대하게 주어지면, 여성들이 더 육아휴직을 쓰게 되고 직장을 떠나 숙련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한다”면서 “공적 아동돌봄을 우선적으로 충분히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강사는 아동돌봄 교사가 평균 근로자 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받고, 고품질의 아동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덴마크를 모범사례로 꼽았다.



최혜지 교수는 “돌봄 중심의 복지국가로의 전환”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사회 구조적 문제 때문에 아이를 낳지 못 하는 상태로 강제되는 현상, 즉 ‘사회적 불임’의 상태가 저출생”이라면서 “우리는 돌봄이 필요한 집단을 찾고, 취약한 집단으로 호명된 대상에게만 돌봄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추구했던 보편적 복지국가에 돌봄 기본권, 돌봄의 정의, 돌봄 경제적 시각 등을 부여하는 것이 돌봄 중심의 복지국가다. 취약의 보편성을 인정하고, 더 폭넓은 돌봄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손지민 기자 sjm@hani.co.kr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행운을 높이는 오늘의 운세, 타로, 메뉴 추천 [확인하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